북한 미사일 발사 준비 의도… 유엔 추가 제재안 충돌 ‘美-中 균열’ 벌리기?
입력 2016-01-28 21:34 수정 2016-01-28 22:07
북한은 항상 핵실험 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왔다. 핵탄두 투발 수단으로서 미사일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번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새롭거나 놀랄 일은 아니다.
다만 시점이 공교롭다. 현재 국제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위해 다각도로 공조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쏜다는 건 ‘자살행위’에 가깝다. 그런데 왜 하필 이때 북한은 의심을 자초한 것일까.
일단 미·중 간 균열을 확대하기 위해서란 해석이 나온다. 미·중은 앞선 27일 외무장관회담을 열었지만 구체적인 대북제재 방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북한이 이 시점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더 강한 제재를 하려는 미국과 이를 막으려는 중국 사이 파열음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소원했던 북·중 관계도 복원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의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북한 지위가 더욱 공고해지기 때문이다. 유엔의 추가 제재 역시 중국이 건재한 이상 북한은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기 때문에 고려 대상에서 제외된다.
핵실험에 대한 유엔 제재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각각 사안에 대해 제재와 비판을 받는 것보다는 ‘패키지’로 해결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어서다.
과거 핵실험 당시에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이 나오는 데 5∼23일이 소요됐다. 하지만 이번엔 중국의 검토가 늦어지면서 도출 과정이 늦어지고 있는 상태다. 북한으로선 오는 5월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어차피 한 번은 발사해야 한다면 지금이 나을 수 있다고 볼 개연성이 있다.
북한은 이미 언제든 미사일을 발사할 준비를 해둔 상태다. 과거처럼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하며 사전 예고를 할 것인지, 4차 핵실험처럼 기습적으로 감행할 것인지는 내다보기 어렵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시점에, 가장 큰 파급력을 낳을 수 있도록 발사 시기를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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