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와 함께 출연한 ‘군도: 민란의 시대’(2014)도 그랬고 김윤석과 짝을 이룬 ‘검은 사제들’(2015)도 마찬가지였다. 주인공은 투 톱인데 강동원(35)이 유독 떴다. 30대 중반의 나이인데도 청춘스타 못지않게 중·고생까지 몰고 다니며 흥행에 기여했다. 이번에는 황정민과 호흡을 맞춰 ‘검사외전’을 찍었다. 황정민의 연기야 말할 것도 없지만 역시 강동원이다.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먼저 ‘강동원의 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항상 새로운 걸 보여준다는 마음으로 미리 준비하고 최선을 다한 결과인 것 같아요. 영화를 개봉할 때마다 중·고생 팬들이 새로 생겨나니 감사할 일이죠. 개그 코너에서 저를 소재로 패러디하는 걸 보면 배우가 어떤 한 컷을 가지고 있다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건지 몰라요.”
2월 3일 개봉되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은 살인범으로 몰린 변재욱 검사(황정민)가 교도소에서 만난 전과 9범 사기꾼을 이용해 누명을 벗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를 다룬 범죄·코미디 영화다. 강동원은 변재욱의 도움으로 출옥해 미국 유학생, 선거운동원, 검사, 조직폭력배 등을 사칭하며 살인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사기꾼 한치원 역을 맡았다.
그는 “능글맞고 웃기는 진짜 사기꾼 같은 배역은 처음”이라고 했다. 영화의 재미 대부분은 그가 연기한 캐릭터에서 나온다. “한치원이라는 인물이 이 영화의 키포인트죠. 사실 이야기는 단순한데 캐릭터로 승부하는 오락영화여서 한치원의 역할이 중요한 겁니다. 코믹연기와 콩글리시를 구사하는 대목에서 수위조절이 어려웠어요. 너무 나가거나 잘못하면 코미디나 개그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막춤을 추는 장면에서 강동원은 ‘꽃미남’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망가진다. “막춤이지만 연습은 많이 했어요. 절도 있게 춰보기도 하고 스텝이 꼬이게 추기도 했지요. 한 번 만에 촬영 오케이가 났는데 영화를 보니까 건물 옥상에서 아줌마들이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이 있는 거예요. 제가 춤춘다니까 동네 아줌마들이 따라서 추는 걸 즉흥적으로 찍은 거예요. 생활형 막춤인 거죠.”
지난 25일 열린 시사회에서 황정민은 “변재욱이 수족관의 광어 같은 느낌이라면 한치원은 밖에서 활어같이 팔딱팔딱 뛰는 캐릭터”라며 “촬영 전에 대사를 맞춰보지 못했는데 촬영 모니터를 보니까 ‘더 이상 이것저것 만들어갈 필요 없겠구나’ 싶었다”고 강동원과의 자연스러운 호흡에 대해 자랑했다. 이에 강동원은 “베테랑 배우 정민이 형이랑 있으니 든든하고 엄청 편했다”고 화답했다.
‘검사외전’의 흥행 예상치를 묻자 강동원은 “시기적으로 관객이 많은 때이고 대진운도 좋다”며 500만명은 넘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의 새해 포부는 해외로 보폭을 넓혀가는 것이다. “우리 영화가 해외로 나가려면 먼저 배우가 나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수백억짜리 영화를 만들어 전 아시아에 동시 개봉하고 싶어요.”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려는 강동원의 눈이 빛났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인터뷰] 영화 ‘검사외전’서 황정민과 연기 호흡 맞춘 강동원 “막춤도 절도있게, 꼬이게 맹연습했죠”
입력 2016-01-29 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