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의 환자 샤우팅] 다나의원 그 후… 역할 주목받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입력 2016-01-31 17:59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 감염자들의 피해구제 활동이 본격 시작됐다. 지난 11일 3명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서를 제출했고, 12일 10명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완치율 95% 이상으로 알려진 만성C형간염치료제 신약이 올해 1월 14일부터 12주 약값으로 약 4600만원에 시판되고 있다. 경제적 능력이 되거나 실손보험이 있는 피해자들은 곧바로 치료에 들어갈 것이다. 문제는 약값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는 피해자들로, 건강보험 적용 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C형간염은 시간이 경과하면 간경화, 간암으로 악화돼 사망할 수 있다. 기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C형간염치료제의 완치율은 60∼70%이지만 부작용이 심해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피해자들은 신속하게 손해배상을 받아 C형간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방법으로는 법원을 통한 민사소송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한국소비자원을 통한 조정이 있다. 주사기 재사용에 의한 혈류감염으로 환자들이 C형간염에 집단 감염됐다는 점이 정부 역학조사로 밝혀졌고, 다나의원 원장도 이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따라서 의료과실이 명백하고 조정신청을 거부할 염려도 없어, 민사소송보다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조정비용이 10만원대로 저렴하고, 별도의 변호사비용이 필요하지 않으며, 3∼4달의 단기간 내에 의사 2명, 현직검사, 의료전문변호사, 소비자권익위원 총 5명으로 구성된 ‘감정부’에서 전문적인 감정까지 해주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액 산정도 어렵지 않다. 조정조서 작성일 기준으로 건강보험 급여화가 안되면 4600만원 그대로 하고, 건강보험 급여화가 되면 환자 본인부담금 만큼 감액하면 된다. 위자료 산정과 관련 보건복지부가 2007년 6월부터 시행중인 ‘특정 수혈부작용 간염에 대한 보상지침’에 따르면 환자가 수혈로 C형간염에 감염되면 단순보균자에게는 위자료 명목으로 2000만원, 증상 발생자에게는 4000만원을 일시불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수혈감염과 다나의원의 주사기 재사용에 의한 혈류감염은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에 의료분쟁조정위원회에서 손해배상액 중 위자료 산정 시 ‘특정 수혈부작용 간염에 대한 보상지침’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C형간염 수혈보상금 위자료 산정기준과 만성C형간염치료제의 비급여 약값을 고려하면, 다나의원 피해자 95명에게 지불해야할 손해배상금은 어림잡아도 수십억원에 이를 것이다. 다나의원 원장은 의료기관을 폐업하고 파산신청을 할 개연성이 높다. 피해자들이 승소하거나 조정이 이뤄져도 손해배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대비해 2012년부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의료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결정 또는 중재결정, 한국소비자원의 조정결정, 법원의 민사판결로 손해배상금이 확정됐었음에도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지 못했을 경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대불을 청구하면 먼저 지급하고 차후 손해배상청구 의무자에게 대불금을 구상하는 제도다. 다나의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액이 법원이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해 확정되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대불을 신청하면 된다. 현재 적립된 대불금 규모는 약 32억원이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피해자들에게 대불금을 지급한 후 부족분이 생기면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전국의 의원, 병원, 약국, 한의원 등에서 추가 징수한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다나의원 피해자 의료분쟁 조정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의료분쟁조정제도의 장점인 저렴한 인지대, 단기간의 소송기간,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5인 감정부, 손해배상금 대불제도, 형사처벌 특례조항 등을 시청각적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 보고서가 나와 있고, 다나의원 원장이 의료과실 여부를 인정했기 때문에 감정절차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다나의원 피해자들이 신속하게 손해배상을 받아 하루라도 빨리 C형간염 치료를 시작하기 바란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 연합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