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중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제주출신 10대 소녀가 장기기증을 통해 세계 각국의 2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사연의 주인공은 김유나(19·사진)양으로 제주 아라중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미션스쿨에 재학 중이었다. 김양은 지난 21일(한국시간) 오전 이종사촌이 운전하는 차량 뒷좌석에 동승해 가던 중 과속하는 차량과 충돌해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사고 당시 앞좌석에 있던 이종사촌과 여동생은 에어백이 터지면서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김양은 심각한 뇌출혈로 지난 24일 새벽 2시43분쯤 미국 의료진의 뇌사 판정을 받았다. 김양의 부모는 평소 ‘하느님의 도우미로 살고 싶다’고 했던 딸의 뜻을 존중해 고민 끝에 지난 24일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김양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쓴 일기에는 천주교 신자로서 신심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복사를 섰다. 하느님의 도우미가 되는 게 이렇게 신기한 줄 몰랐다. 내가 만약 하느님의 도우미가 되면 천사처럼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올라가 천국에서 하느님이랑 지낼 것인데…. 하느님 예수님 사랑해요.”
오열을 금치 못했던 어머니 이선경(45)씨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도착하고 너를 보니 오열을 안 할 수가 없구나. 내가 너 대신 누워 있으면 좋으련만, 유나의 심장이 다른 이에게 이식되면서 숨을 쉬겠지. 그래도 어딘가에서 유나가 숨쉬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쁠 거 같다. 이제 진짜 유나를 천국으로 떠내 보내야 할 시간이 돌아왔구나. 사랑한다 사랑한다”며 애끊는 심정을 전했다.
김양은 심장, 폐, 간, 췌장, 안구, 조혈모세포, 신장, 피부 일부, 혈관 일부, 뼈 일부, 신경 일부 등을 기증했다. 미국에서 장기가 기증되면 미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병의 위중 등 우선순위에 따라 장기를 이식받게 된다. 심장 등 주요 장기는 7명에게, 피부 등은 20명에게 기증된다. 다만 김양의 신장은 유족들의 뜻에 따라 어린 꼬마에게 기증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전 세계 27명에 새 생명 선물하고 천국으로… 교통사고로 뇌사상태 빠진 제주 출신 10대 소녀
입력 2016-01-27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