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왕이, 헛바퀴 5시간… ‘대북 제재’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했다

입력 2016-01-27 21:55 수정 2016-01-28 00:43
북한 4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왼쪽)이 2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고 있다. 케리 장관은 앞서 왕이 외교부장과 5시간 가까이 마라톤회담을 가졌지만 중국이 초강경 제재안에 반대하면서 미·중 간 의견 대립만 재확인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첫 외교장관회담을 열었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7일 베이징에서 5시간 넘게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수위에 대해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만들지 못했다. 케리 장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도 별도로 회동을 하고 중·미 양자관계 등을 논의했다.

케리 장관과 왕 부장의 만남은 시작부터 팽팽했다. 케리 장관은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북핵은 “세계 안보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하지만 왕 부장은 “상호 이해를 위해 공통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을 희망한다”는 정도의 언급만 했다.

중국 외교부는 당초 이날 오전 11시30분(현지시간) 공동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오전 9시45분쯤 시작된 왕 부장과 케리 장관의 회담이 예정과 달리 오찬까지 함께하며 5시간 넘게 진행됐다. 신화통신은 양국 외무장관회담 직전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미국의 ‘비타협적 적대감’과 ‘냉전적 사고’를 비판하며 북핵에 대한 미국의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논평 기사를 내보냈다. 중국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회담 결과는 충분히 예상됐다는 평가다.

실제 왕 부장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고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초강력 제재안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왕 부장은 한반도 비핵화,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한반도의 평화 안정 중 “그 어느 것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양국이 유엔의 새 제재안에 합의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제재 수위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없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케리 장관은 “미국은 동맹을 보호할 어떤 조치든 취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특별한 능력을 믿는다” “유엔 대북제재 영역에 북·중 교역도 포함된다” 등의 발언을 이어가며 중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해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특히 케리 장관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해 “위험하다”고 평가한 뒤 “북한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 등을 통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모든 국가와 지도적 위치에 있는 국가들은 그런 위험에 대처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