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두증’ 지카 바이러스, 미국·유럽 확산 ‘비상’

입력 2016-01-27 21:18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26일(현지시간) 브라질 동부 헤시피의 임비리베이라에서 시 공무원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방역작업 때문에 건물 밖으로 나온 한 여성이 공포에 질려 아이를 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생아의 두뇌 발육을 저하시키는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할 수 있는 지카(Zika)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미국과 이탈리아, 덴마크에서도 나오는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AP통신은 26일(현지시간) 최근 지카 바이러스 위험 국가를 여행했던 버지니아주 주민에게서 지카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 본토에서는 로스앤젤레스(LA)의 한 10대 소녀가 지카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는 등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와 덴마크에서도 지카 바이러스 발병 사례가 각각 4건과 1건씩 접수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환자들은 모두 중남미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카리브해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도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사례가 19건 나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애너 라이어스 푸에르토리코 보건장관은 “감염자 중 임신부는 없으며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지난해 브라질에서 발병한 이후 요즘 남반부의 여름철을 맞아 중남미 지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브라질과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미주대륙 전체 국가의 40%인 20여개국에서 감염 사례가 나왔다. 또 태평양 섬 사모아와 아프리카의 카보베르데, 아시아의 태국에서도 감염이 확인됐다. 이탈리아와 덴마크를 포함해 영국(3건) 스페인(2건) 등 유럽에서도 환자가 나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 등은 임신부에게 발병 지역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콜롬비아와 자메이카 등은 가임기 여성에게 바이러스 유행이 잠잠해질 때까지 임신을 늦추라고 권유했다. 현재 브라질과 미국이 백신 개발에 나섰지만 개발 이후 환자에까지 적용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이집트 숲 모기(Aedes aegypti)가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임신한 여성이 감염되면 태아에게 소두증이 생길 수 있다. 소두증 태아는 사망하는 경우가 많고, 생존해도 정신지체나 뇌성마비, 시각·청각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임신 중이 아닌 경우에는 발열과 근육통 등의 경미한 증상이 2∼7일간 나타나다 사라진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