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건물 12층의 창문마다 전에 없던 튼튼한 창살이 달렸다. 신분을 확인해 출입을 허가하던 스크린도어는 밤사이 이중으로 늘었다. 스크린도어마다 불투명 차광막도 부착됐다. 고검청사 관계자는 “피의자의 돌발행동을 막고, 보안도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체력단련시설을 없애고 검사실과 조사실, 민원인 대기실 등 14개의 방으로 꾸며진 이곳에 앞으로 권력형 비리사범들이 줄줄이 불려오게 된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27일 서울고검 12층에 현판을 걸고 검사·수사관 30명 규모로 공식 출범했다. 특별수사·금융수사 경력을 바탕으로 전국에서 선발된 평검사 6명 가운데 6년차의 젊은 검사도 있다. 김기동(52·사법연수원 21기) 특별수사단장은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면서도 “막강한 수사 인력들과 함께라면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특별수사단은 관할에 구애받지 않고 전국 단위의 고질적 비리를 파헤치게 된다. 사실상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같은 임무를 띤다. 공간부터 비슷한 느낌을 준다. 서울고검 12층에는 피의자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놓치지 않을 영상녹화 조사실이 3곳 만들어졌다. 과거 전직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 등을 맞았던 ‘중수부 특별조사실 1120호’에 비견될 조사실 1곳도 꾸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들의 조사 장면은 김 단장의 방으로 실시간 전송된다. 주요 인물을 비밀리에 소환하기 위한 엘리베이터 보안 시설도 갖춰졌다. 서울고검 직원이라 해도 특별수사단 소속이 아니면 12층에 출입할 수 없다. 김 단장은 “중수부의 장점으로 꼽히던 수사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조직 구성을 마무리한 특별수사단은 수사 대상을 선별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한 상태다. 특별수사단은 그간 축적된 비리 첩보들을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 앞서 법무부의 업무보고 이후 정부보조금 비리를 일으킨 공공기관이 우선 표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김 단장은 “한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출범… 보안시설·차광막·창살 ‘중수부 수준’
입력 2016-01-27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