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교환·환불 법제화 배경과 전망] 갑자기 시동 꺼지는 등 ‘중대 결함’ 때 교환
입력 2016-01-27 22:00
국토교통부가 27일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에서 결함 있는 신차 교환·환불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그만큼 자동차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2억원이 넘는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에서 시동이 꺼지는 결함이 발견됐는데도 자동차 회사가 새 차량으로 교환해주지 않는다며 차 주인이 골프채로 부순 사건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안에 구체적인 제도 내용을 결정한다는 계획이어서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와야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신차 결함 보상 제도는=현재 한국에서는 어제 구입한 차량에서 중대한 결함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이 차량을 교환·환불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결함이 계속 반복적으로 발생하더라도 위험을 감수하며 수리받고 타야 하는 것이 현행법이다. 벤츠 차량을 부순 차주도 시동이 꺼지는 결함을 발견한 뒤 자동차 회사를 방문했지만 회사는 결함이 계속되는데도 수리만 반복했다.
신차 교환·환불 관련 규정이 없는 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인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차량 구입 후 1년 이내에 ‘안전과 관련된 중대 결함이 네 차례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 부품에서 두 차례 이상 결함이 발생’하면 교환이나 환불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고시는 권고사항일 뿐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실제 차량 교환·환불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의 조사 결과 소비자가 지난해 1∼6월 결함 발생 차량 135대에 대해 자동차 업체에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했지만 단 3건만 수용됐다.
리콜(시정조치)이라는 방법도 있지만 이 제도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도 여전하다. 리콜은 동일 차량에서 같은 결함이 반복적으로 발견될 때에만 가능하다. 즉 내 차량만 문제가 있다고 할 때에는 리콜을 받기 쉽지 않다. 또 리콜은 안전에 위협이 되는 결함에 한해서만 해당되고, 단지 문제 해당 부품만 교환하는 정도다.
이 때문에 지난해 심재철 의원은 국회에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차량 인도일로부터 30일 이내 중대 결함이 두 차례 이상 발생하거나 차량 인도일에서 1년 내 중대한 결함에 따른 수리 기간이 총 30일을 초과할 때 교환·환불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올해 말에 나올 듯=정부가 제도 도입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 국토부는 올해 말까지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고 내년에 제도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만 국토부는 일정 기간 ‘중대한 결함’이 반복적으로 발견될 때 차량 교환·환불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법을 개정한다는 큰 방향은 정하고 있다. 정의경 국토부 자동차운영과장은 “중대한 결함이란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등의 안전 관련 결함 중 수리를 계속해도 개선되지 않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배출가스를 조작해 논란이 된 폭스바겐의 차량은 이 기준에 따르면 신차라 해도 교환·환불 대상은 아니다. 이런 결함은 수리나 리콜 대상에 해당한다.
미국의 경우엔 신차 교환·환불 제도가 1975년 도입됐다. 이른바 ‘레몬법’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신차 구입 후 1만8000마일(약 2만9000㎞) 운행하거나 18개월이 되기 전 안전과 관련된 고장으로 두 차례 이상, 일반 고장으로 네 차례 이상 수리받게 되면 자동차 업체가 차량 교환이나 환불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