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멀리 더 멀리 가까이 더 가까이] 무당벌레가 엄청 크네… 어? 마을이 점점 작아져요

입력 2016-01-28 20:23
첫 장면이 시각적으로 아이들을 압도한다. 아주 크고 빨간 동그라미가 지면을 꽉 채웠다. 저자는 ‘이건 뭘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반짝반짝 거렸던 그 큰 원은 알고 봤더니 집 앞 마당 벚나무의 버찌다. 버찌 앞에 앉은 무당벌레의 눈에는 그렇게 엄청난 크기로 비쳤을 것이다.

그러다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면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면서 버찌나무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벚나무는 점점 작아진다. 멀어지는 만큼 주변의 풍광은 더 많이 보인다. 버찌나무가 심어진 집과 버찌열매를 따는 남자, 마당에서 노는 고양이와 나무 주변 까치 등….

책장을 더 넘기니 사물이 점점 작아진다. 마을이 지도처럼 작아졌다.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반전. 다시 관찰자 시점이 사물 가까이로 가면서 책 속의 풍경들이 점점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에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야생의 숲이다. 빽빽한 숲 속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토끼 같은 야생동물도 관찰할 수 있다. 그러곤 무성한 잎 속에 열매가 나타난다. 점점 커지는 그 열매는 산딸기다. 사람의 시선으로는 체험할 수 없는 크기로 커진 산딸기 열매에서는 미세한 털까지 보인다.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볼 때의 개미처럼 작아진 사람들, 거꾸로 그 개미의 입장에서 바라본 어마어마한 크기의 사물, 이런 대조적인 시각적 경험을 한 그림책 안에 놀이하듯 엮었다. 그 사물을 둘러싼 공간의 변화도 흥미롭게 보여준다. 자연스럽게 관찰을 유도하며 사람이 사는 마을과 야생의 환경을 비교하게끔 한다. 그림책 작가인 르네 메틀러(74)는 그래픽디자이너 출신의 관록 있는 스위스 작가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