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한 해의 세계사를 다룬다. 국가의 역사가 아니라 증언이나 일기, 체험기, 회고록, 소설 등 개인의 기록들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구성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저명한 아시아 연구자인 저자는 독일과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 각지, 미국, 동남아, 중국, 중동 등에서 자료를 수집해 1945년 종전 후 펼쳐진 세계사의 풍경들을 재현했다. 해방 콤플렉스, 기아, 보복, 성적 해방, 처벌과 응징, 재판, 평화와 인권에 대한 갈망 등이 그 속에 뒤섞여 있었다.
1945년 여름, 전쟁은 끝났지만 살육은 끝나지 않았다. 1000명 이상의 유대인이 폴란드에서 살해됐다. 전염병과 기아 때문에 죽은 목숨도 많았고, 보복으로 희생당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독일과 일본의 전쟁포로들은 동족의 경멸을 받았다. 전시에 군인들에게 매춘을 제공했던 여성들은 ‘매춘 협력’으로 고발됐다. 프랑스 드골 정부는 전쟁 전의 엘리트에게 최소한의 타격만 가하는 방식으로 전후 처리를 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기업과 산업 엘리트들은 대개 제재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그 혼돈과 아픔, 어리석음, 불완전함, 희망 속에서 현대 세계가 탄생했다. 그래서 1945년에 ‘0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후의 비극에서 우리는, 세계는 얼마나 전진했는가 묻는다.
김남중 기자
[손에 잡히는 책] 1945년, 종전 후 개인 기록들로 본 세계사
입력 2016-01-28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