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상품 파악 못하고… 뒷북치는 ‘수출 전략품목’

입력 2016-01-28 04:02
2년 전 한국의 백화점에 들른 중국인 관광객들은 무조건 한 의류 매장에 들러 ‘강진영’이라는 이름을 찾았다. 강진영은 이 브랜드의 디자이너였다. 당시 중국에서는 이 디자이너의 옷을 입어야 패션을 아는 사람으로 꼽혔다. 최근 중국 사람들이 즐겨 찾는 한국 의류브랜드는 인터넷 쇼핑몰로 시작한 ‘난닝구’다. 난닝구의 2014년 중국 매출은 600억원이었다.

이처럼 수년 전부터 중국시장 진출에 활발히 나섰던 국내 의류 업체들은 지난해 연말 정부가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 방향’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5대 유망 수출품목으로 패션의류, 화장품, 식료품, 생활용품, 유아용품 등을 선정해 중국 내수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유통업계는 그러나 이들 유망 수출품목은 이미 중국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어 정부의 방침은 전형적인 뒷북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은 지난해 11월 중국의 광군제 때 매출이 급증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행사 시작 30분 만에 1000만 위안(약 18억원)어치를 팔았고 LG생활건강도 이날 하루 전년 광군제의 8배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27일 “정부 발표에 뜬금없다고 생각했다”며 “중국에서 잘하고 있는 산업을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 있는 산업을 찾아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욕실용품은 최근 중국에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지만 정부의 관심 밖에 놓여있다.

코트라는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중국에서 한국의 화장품 다음으로 치약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중국 사람들은 자국 제품을 주로 사용했다. 수출제품이 14만3000t인 데 반해 수입 제품은 5400만t에 불과했다. 그러나 치약이 고급화되면서 해외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 기업들도 이 같은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중국시장 진출에 공을 들였다. 2014년 중국이 한국에서 수입한 치약은 5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1∼10월 중국이 한국에서 수입한 치약은 1000만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 치약 판매 톱 10에는 LG생활건강의 ‘죽염’ 치약이 이름을 올렸다.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 애경의 2080 등도 유통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회사 칸타월드패널은 최근 발표한 ‘중국 바디워시 시장 트렌드’에서 중국 대도시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샤워젤이 빠른 속도로 바디워시 시장에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주요 도시 거주 여성 중 86%, 남성 중 69%가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의 다양성을 고려해 정부가 중국의 수출 전략도 다양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장규 중국팀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지역별 소득, 산업별 성장속도의 편차가 크다.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선 정부 정책에 괴리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대신 편차가 큰 만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시장 파이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