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권력자’ 발언 이후… 與, ‘적전분열’ 땐 총선 공멸 위기감에 확전 자제

입력 2016-01-27 21:54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앞으로! 2030 새누리당 공천 설명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황진하 사무총장, 김 대표, 권성동 의원. 이동희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권력자’ 발언 이후 김 대표나 친박(친박근혜) 주류는 모두 확전을 피하는 모양새다. 4·13총선을 코앞에 두고 ‘적전(敵前) 분열’ 양상이 벌어지면 공멸을 초래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에 당력을 집중시켜야 하는 시점에 집안싸움으로 힘을 뺄 겨를이 없다는 논리다.

김 대표는 27일 자신의 전날 발언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했다. “당시 권력자가 (국회선진화법에) 찬성으로 돌자 반대하던 의원들이 모두 다 찬성으로 돌아버렸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친박 측이 “사실이 아니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이 한 말에 대답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선 “2014년 10월 이른바 ‘상하이 개헌 봇물’ 발언 이후 ‘회군’만 하던 김 대표가 이번에는 반격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비박(비박근혜)계는 특정 세력을 겨냥한 게 아니라며 수습에 나섰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야당이 선진화법을 악용해서 법안 처리에 비협조적인 데 대해 김 대표가 한탄을 하다 나온 말”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당내 갈등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의원도 “상향식 공천 원칙을 강조하며 나온 원론적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다.

친박 진영도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지만 공격적 발언을 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 친박 의원은 “선진화법이 통과되던 때는 이미 총선이 끝났기 때문에 누구를 의식해서 찬성표를 던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집안싸움을 부추겨선 안 된다”고 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친박인 최경환 유기준 윤상현 의원 등은 (선진화법에) 반대 또는 기권했다”며 김 대표 발언의 ‘오류’를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당 대표가 선진화법 때문에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한 말”이라고 톤을 낮췄다.

양측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은 자꾸 꼬여만 가는 야당과의 쟁점법안 협상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새누리당으로선 다음 달 7일 문을 닫는 1월 임시국회에서도 쟁점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진 만큼 내부 갈등으로 당력을 분산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선(先)민생, 후(後)선거’라며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을 처리한 뒤 선거구 획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일부 쟁점법안 처리 등을 위해 29일로 예정된 본회의를 보이콧한다는 방침이다.

쟁점법안 처리가 급한 청와대 입장에서도 공개적으로 김 대표를 비판하기엔 부담이 큰 모양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 발언에 대해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일단 여당 내 갈등은 봉합되는 양상이지만 인재 영입이나 전략공천 문제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친박 주류는 “김 대표가 상향식 공천을 고집하면서 인재 영입뿐 아니라 효과적인 공천 전략도 길이 막혔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수도권 한 친박 의원은 “지금 공천 룰로 간다면 전·현 의원들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과거에는 공천권이 당의 소수 권력자에 의해 밀실에서 좌지우지돼 왔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상향식 공천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수도권 분구 지역 등에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는 친박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