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어려워지는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5년 만에 “안전” U턴

입력 2016-01-27 21:04

운전면허시험이 올 하반기부터 다시 까다로워진다. 필기시험 문제가 300개 가까이 늘고 기능시험 주행거리는 6배 이상으로 길어진다. 기능시험에 경사로, 직각주차 등 항목이 추가된다.

2011년 6월 정부는 교통사고 증가 우려를 무릅쓰고 운전면허시험을 지금처럼 간소화했다. 운전면허 취득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그런 지 5년 만에 다시 운전면허의 문턱을 크게 높이는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하는 이유나 배경에 대해 애매한 설명만 내놓고 있다.

경찰청은 27일 운전면허시험 개선안을 공개했다. 필기인 학과시험 문항이 730개에서 1000개로 늘어난다. 장내 기능시험 주행거리는 50m에서 300m 이상으로 길어진다. 평가항목은 기존 2개에 5개를 추가했다. 경사로, 직각주차(후진주차), 좌·우회전, 신호교차로, 가속 코스다. 경사로에서 정지·출발은 면허시험 간소화 때 없앴던 코스다. 직각주차는 과거 ‘공포의 코스’로 불렸던 T자 코스와 흡사하지만 도로 폭이 훨씬 좁아져 최대 난코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전학원에서 받는 전체 의무교육 시간은 13시간을 유지하되 필기와 실기 비율을 조정했다. 학과교육을 5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이고, 기능교육을 2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렸다.

개선안은 이르면 하반기에 시행된다. 이후엔 운전면허 따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교육시간이 기존과 같아도 시험을 통과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운전면허 취득 기간은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비용이 7만∼8만원 정도 오를 것으로 경찰은 예상한다. 지금 학원비는 평균 40만원 수준이다.

경찰은 운전면허시험을 다시 까다롭게 하는 이유에 대해 간소화 이후 안전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라면서도 ‘간소화 정책의 실패’ 탓은 아니라고 말한다. 앞뒤가 안 맞는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간소화 취지가 서민도 운전면허를 쉽게 딸 수 있게 한다는 건데 그런 효과는 거뒀다”고 했다.

간소화가 사고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는 당시에도 쏟아졌었다. 한국갤럽이 2011년 4월 한국교통장애인협회 등의 의뢰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반대가 53.6%였다. 전체 응답자의 73.6%는 간소화한 실기교육으로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비판을 의식한 듯 “간소화 이후 초보운전자 사고율은 오히려 줄었다”며 우리나라 교통사고율이 선진국 중 가장 낮은 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사고가 줄거나 늘지 않는 건 교통시설·문화 등의 영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낮은 사고율을 더 낮추기 위해 면허시험을 까다롭게 한다는 답변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