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장 선점하라”… 사활 건 국내 건설사

입력 2016-01-28 04:00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연간 최대 1000억 달러(약 120조원)로 예상되는 이란 건설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미 현지에서 치열한 전초전을 벌이고 있다. 해외 건설업계가 앞다퉈 빗장이 열리는 이란 건설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가운데 정보를 먼저 얻어 앞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사우디아라비아까지 해묵은 초대형 프로젝트를 재개하면서 최근 몇 년간 침체됐던 중동 지역의 수주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010년 이란 경제제재 이전부터 현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건설사들은 제재 이후에도 철수하지 않고 운영해 온 테헤란 지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테헤란 지사에 상주하는 5명의 직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발주처 동향 파악에 나섰다. 현지인 직원 1명으로 사무실만 운영했던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지사장을 포함한 국내 직원 2명을 현지에 급파했다. 본사 글로벌마케팅본부 내에도 이란 담당자를 임명했다.

GS건설은 2014년부터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을 테헤란 지사로 보낸 데 이어 지난해 핵협상 타결 이후 분위기가 개선되자 지사장까지 보냈다. 대우건설은 2008년 폐쇄했던 이란 지사를 다시 세우기로 했다. 이밖에 이라크에서 대규모 주택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화건설, 두바이에 지사를 두고 있는 삼성물산 등 다른 업체들도 이란 진출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란 전체 건설시장 규모는 461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 수치만 해도 사우디, 아랍에미리트에 이은 중동 3위 수준이다. 여기에 이란 정부는 지난해부터 각종 개발 프로젝트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2020년까지 2000억 달러, 연간 최대 1000억 달러에 이르는 신규 인프라·플랜트 사업을 발주할 계획으로 이란이 사실상 중동 내 최대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가 잠정 중단됐던 30억 달러 규모의 라스 타누라 프로젝트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지난해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에서 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대림산업·한화건설이 무더기 통과하면서 우리 건설사의 수주 가능성이 높았던 사업이다. 이후 입찰이 연기되면서 아예 사업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지만 발주처인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가 최근 기술입찰서를 발급하면서 다시 절차를 밟게 됐다.

지난해 해외건설 총 수주액은 461억 달러를 기록하며 2007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저유가로 발주물량이 급감한 중동 지역의 수주액이 165억 달러에 그치며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저유가와 재정 불안으로 아직 중동시장은 불안한 모습”이라면서 “그래도 이란을 비롯해 중동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우리 건설사들이 이번 기회를 성공적으로 공략한다면 전통적인 수주텃밭 중동이 침체된 해외건설 전체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