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란 첫 정상회담] ‘큰손’ 이란 겨냥… 朴 대통령, 세일즈 외교

입력 2016-01-27 19:31

박근혜(왼쪽 사진) 대통령의 이란 방문 추진은 최근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해제 이후 예상되는 이란의 ‘경제 특수’를 겨냥한 것이다. 지난 16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해제로 서방국가들이 앞다퉈 ‘경제영토’ 확장에 나서는 만큼 우리도 뒤처져선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미 외국 정상으론 처음 이란을 방문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상반기 방문을 추진 중이다. 유럽 국가 정상 또는 총리급 인사들도 조만간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란은 장기간 이어진 국제사회의 제재로 교통 통신 인프라는 물론 여러 분야에서 기반시설이 미흡하다. 그런 만큼 앞으로 중동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할 가능성 역시 높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초점이 ‘세일즈 외교’에 맞춰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하산 로하니(오른쪽) 이란 대통령과 사상 첫 한·이란 정상회담을 통해 에너지·인프라 등의 협력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보건·문화·관광·개발협력·학술교류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역시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 차원의 외교를 통해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 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면서 우리 기업의 이란 진출을 독려하겠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이란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원유를 수입하는 등 교류관계를 유지해 왔다. 또 일부 기업도 현지에서 계속 활동하면서 이란 측에 좋은 인상을 줬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지난해부터 추진돼왔던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방문 일정은 이란 측과 협의해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이란 핵협상 타결로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 수순을 밟기 시작하던 시점부터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추진해 왔다. 핵협상 타결 직전인 지난해 6월 조태용 당시 외교부 1차관이 이란을 방문했고, 11월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4년 만에 이란을 찾아 외교장관회담을 한 바 있다.

박 대통령 방문에 앞서 2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대표로 하는 민관경제사절단도 이란을 방문한다. 박 대통령 방문 시에는 우리 대기업 및 중소기업인들로 구성된 대규모 경제사절단도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방문이 이뤄지면 두 정상 간 북핵 문제에 대한 논의도 빠지지 않을 전망이다. 북핵 문제와 이란 핵문제는 성격이 다르고 대응방법도 다르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지만, 이란이 지혜롭게 핵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부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외교부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이란을 언급했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행동을 촉구하면서 “북한이 핵 개발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란과 같이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효과 있는 조치를 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