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어 저축은행이나 대출업체의 고금리 대출을 찾아야 했던 이들을 위해 중금리 대출이 활성화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올해 첫 금융발전심의회 전체회의를 27일 예금보험공사에서 열고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해 서민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크라우드펀딩 활성화 방안과 성과주의 확산, 문화예술 벤처기업 투자촉진 방안도 올해 중점 추진할 대책으로 내놨다.
◇중금리 대출 살리기=금융위 김용범 사무처장은 “저금리로 은행에선 신용대출 이자가 크게 낮아졌지만 제2금융권에선 여전히 높아 금리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신용등급 1∼3등급에 해당하는 이들은 은행에서 연 5% 이내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4등급 이하는 은행을 이용하기가 사실상 힘들어 신용카드사의 카드론을 이용하거나 캐피털, 저축은행 등을 찾아야 한다. 은행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연 4.4%인데,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이자는 4∼6배 더 많다. 김 처장은 “4∼7등급이 중간 정도의 이자율로 대출을 받도록 해 고금리로 빚의 수렁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 신용평가 대상의 절반 정도가 4∼7등급에 해당된다. 나이스신용평가 박상순 팀장은 “소득과는 무관하게 90일 이하의 소액 연체 기록이 있거나 저축은행·카드론 등을 이용하면 4등급 아래로 내려간다”며 “8등급 이하는 사실상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이 불가능하지만, 4∼7등급은 신용카드 발급도 가능하고 정상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계층”이라고 설명했다. 카드결제 기일을 두세 차례 늦췄거나 현금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등 제2금융권에 대출이 있는 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신용등급이 높은 이들의 신용대출은 최근 3년 동안 107조원에서 147조원으로 크게 늘었으나 중간신용자 대출은 86조원에서 85조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특히 금리가 낮은 은행권에서 고신용자들에게 대출을 집중했다. 은행 신용대출에서 고신용자 비율은 80%에 육박한다. 나머지 중·저신용자들은 은행 바깥의 고금리로 내몰려온 셈이다.
금융위는 은행들이 연 10% 안팎의 중간대 금리로 이들에게 대출할 수 있도록 서울보증보험이 보증을 하게 했다. 저축은행도 연 15% 안팎의 금리로 대출하면 서울보증이 보증을 한다. 은행과 저축은행에 5000억원씩 보증을 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도 1조4000억원 규모로 중금리 대출시장 개척에 나설 방침이어서 하반기부터 금리 양극화가 줄어들 것”이라며 “중간등급 신용자들을 선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평가방법을 도입하고 중복 대출을 막는 등 보완책도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크라우드펀딩·문화예술기업 투자 활성화=금융위는 또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책자금 지원을 받는 우량기업 정보를 ‘기업투자정보마당’ 홈페이지(ciip.or.kr)에 공개하고 이들 중 투자추천 기업 1000곳을 선별해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의 관심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과 거래하는 기업 38만곳이 1차 대상이다. 추천 기업 정보는 해외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도 영문으로 제공해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부가가치 효과가 높은 문화콘텐츠 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문화창조벤처 단지 내에 금융상담창구를 설치,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을 받는 방법이나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보험상품을 온라인으로 비교·검색하는 ‘보험다모아’도 상반기 내에 개인별 맞춤 보험료 조회와 온라인 가입이 가능하도록 개편하고 모바일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확대할 계획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서민 고금리 고통 덜자” 은행 등 중금리대출 1조 푼다
입력 2016-01-27 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