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27일 공식 사퇴했다. 당 대표 선출 후 353일 만으로, 만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퇴진했다.
문 대표는 지난해 2월 전당대회에서 ‘이기는 정당’을 내걸고 당선됐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전패하면서 내내 리더십이 흔들렸고, 당내 갈등은 결국 탈당 사태로 이어졌다. 문 대표가 제 1야당을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오는 4·13 총선 결과에 달려 있다.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文, “분열, 박근혜 정권 돕는 일”=문 대표는 마지막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감회가 많다. 어렵고 힘든 시간이 많았다”며 “하지만 변화와 혁신을 간절히 염원하는 국민과 당원들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에 많은 상처가 생겼다. 갈등과 분열이 일어났다”며 “더욱 송구스러웠던 것은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국민들께 많은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린 점이다.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혁신의 실천과 훌륭한 분들의 영입으로 새로운 희망이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있게 돼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후 중앙위원회에서는 “지역정서에 기댄 분열은 정권교체의 희망을 무산시키고, 무능하고 무도한 박근혜 정권을 도와주는 일”이라며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신당 세력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사퇴 이후 경남 양산에 머물며 휴식과 정국구상을 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4월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본인은 불출마 후 전국 선거 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사가 강하다. 반면 당 일각에선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는 문 대표의 향후 정치 행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총선 결과에 대해 저는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분당 위기…김종인 영입으로 가까스로 반전=문 대표 재임 11개월 동안 당은 내내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 지지율과 자신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취임 직후 최고점을 찍은 이후 줄곧 내려앉았다.
4월 재보선 전패는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4군데 선거였지만 광주 서을, 서울 관악을 등 야권의 ‘텃밭’에서 참패했다. 문 대표가 경선을 고수하면서 천정배 의원, 정동영 전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특히 광주에서 천 의원이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면서 제1야당에 대한 광주 민심의 이반이 명확하게 확인됐다. 이는 지금의 야권 분열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재보선 패배 이후 당 혁신 차원에서 출범한 혁신위원회도 당내 갈등을 수습하지 못했다. 되레 중진 불출마, 486 험지 출마 등 좌충우돌식 제안을 내놓으면서 분열만 재촉했다는 비판도 있다.
문 대표는 혁신안을 고수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비주류를 “공천을 위해 당을 흔드는 세력”으로 규정했다. 결국 안철수 김한길 박지원 의원과 권노갑 상임고문 등이 탈당하고 국민의당이 출범했다. 이에 따라 총선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호남과 수도권에서 제1야당 자리를 두고 경쟁하게 됐다. 특히 수도권에서 야권이 연대하지 못하면 필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연대가 없다는 뜻이 분명하다.
다만 당내에서는 문 대표 취임 이후 온라인으로 10만명 이상의 신규 당원이 가입한 점, 김종인 선대위원장 등 외부 인사 영입으로 반전 계기를 마련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관련기사 보기]
물러나는 문재인 “국민들께 죄송… 새로운 희망 생겨 다행”
입력 2016-01-27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