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애플 성장 끝?… 스마트폰 시장 포화 등 원인

입력 2016-01-27 22:05

애플이 분기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위기론’은 더 확산되고 현실화될 조짐이다.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이 2007년 첫 출시 이후 처음으로 판매 성장세를 멈췄기 때문이다.

애플은 26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748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0.4% 늘었다. 아이폰 출시 이후 사상 최저 판매증가율이다. 2014년 4분기에는 전년보다 판매량이 46% 늘었었다.

아이폰 판매 부진은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연말 특수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인한 수요 둔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애플이 아이폰6s와 아이폰6s 플러스의 차별점으로 내세운 ‘3D 터치’와 ‘라이브 포토’가 시장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또 환율로 인해 미국 외 국가에서 아이폰 가격이 오른 것도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판매 성장세 둔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전 세계 스마트폰 업체들은 이미 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인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동안 아이폰은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도 피하면서 꾸준히 성장해 왔다. 하지만 4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애플 생태계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 아이폰 성장 시대가 끝나간다”고 보도했다. 애플 스스로도 이런 흐름을 피해갈 수 없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애플은 올해 1분기 실적 예상치로 매출 500억∼530억 달러를 제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13.8% 감소한 것으로 애플 스스로 매출이 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예상대로라면 애플은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제시한 매출 전망치의 중간값 51억500만 달러가 지난해 동기 대비 11% 감소한 수치라며 “2003년 이래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아이폰 성장 동력이 사라진 게 아니라 환율 영향 때문이라는 입장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세계경제가 요동친 것”이라며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극단적인 상황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 매출의 62%가량은 해외에서 발생하고, 전 세계에서 구동 중인 애플 기기는 10억대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폰의 정체를 만회할 만한 카드가 현재로선 없다는 점도 애플에는 걱정거리다. 4분기 맥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아이패드는 4% 줄었다. 아이패드 판매는 그동안 계속 줄어 왔고, 상승세를 보이던 맥도 성장세가 꺾였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매출 759억 달러(91조1000억원), 순이익 184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