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변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이 ‘자살왕국’ 오명 씌웠다

입력 2016-01-27 17:24
보건복지부가 26일 발표한 자살 사망자 121명에 대한 심리부검 결과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중앙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심리부검을 실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심리부검은 자살자 주변 사람들과의 면담 등을 통해 자살 원인을 규명하는 동시에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많은 선진국들은 심리적 부검을 활용해 자살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정부가 심리부검을 한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0년 이상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씻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겠다.

심리부검 내용은 충격적이다. 전체 자살자의 93.4%가 경고신호를 보냈지만 주변의 81%는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자살 징후를 인지하지 못할 만큼 무지했거나 무관심했다는 방증이다. 자살 원인의 유형이 정신질환 미치료, 경제적 문제, 과도한 음주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는 사실이 실증적으로 확인된 것도 관심을 끈다. 실태를 제대로 진단하면 적확한 해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살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관심이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듯 거의 모든 자살은 기미를 보인다.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등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족, 친구, 동료, 이웃 등이 주의 깊게 살펴보면 낌새를 알아차릴 수 있고 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직접적으로 차단하게 할 수 있다.

흔히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 한다. 마지막 존재 증명을 통해 삶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의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자살을 단순히 부적응 등 개인의 태도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작년 말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민 5대 사망 원인에 속하는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연간 6조4769억원이었다.

정부는 다음달 중장기적 정신건강 증진 방안을 내놓기로 하는 등 자살 대책의 방점을 정신질환 진료 확대에 뒀다. 그러나 이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자살 위험군에 속한 독거노인 돌봄 시책을 보완한다거나 지나친 음주에 대한 엄격한 사회적 규율을 마련하는 등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족의 자살을 평생 짐으로 지고 사는 유족들을 위한 상담 지원 등 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