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이 활성화된 미국·중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대기업 회사원이나 은행원, 공무원 등 안정적 일자리에만 집착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기독 청년들은 세상의 기준만 무조건 따라갈 게 아니라 하나님 말씀에 의지하며 비전을 향해 도전하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청년(15∼19살)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9.2%를 기록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천로 말리커피 카페를 운영하는 기독청년 이준호(27·서울 사랑의교회)씨도 그 수치에 속한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새벽기도로 청년창업에 성공했다. 젊은이들의 로망인 카페다.
“‘말리커피 라이블리업’ 카페에선 청년들이 눈치 보지 않고 하루 종일 있어도 됩니다. 도서관에 온 것처럼 마음껏 공부하면서 창업·취업 준비를 할 수 있어요.”
지난 20일 서울 방배동 카페에서 만난 이씨는 앞치마를 두른 채 정성껏 만든 커피를 손님에게 전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11월 초 ‘창업카페’로 오픈했다.
카페 곳곳엔 창업·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띈다. 월 4만5000원만 내면 음료를 주문하지 않아도 카페를 사무실처럼 이용할 수 있다. 청년들에겐 5000원에 육박하는 음료 값도 부담스러울 수 있기에 월정액 제도를 고안해냈다. PC방처럼 빠른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인쇄·복사·스캔 등의 기능을 가진 복합기도 종이나 잉크 비용 부담 없이 무제한 사용 가능하다. 회의나 소그룹 모임을 공간도 별도로 준비돼 있다. ‘1인 1콘센트’ 원칙에 따라 콘센트도 넉넉하게 설치했다. 덕분에 이 카페에선 다른 카페보다 더 많은 젊은이들을 볼 수 있다.
이씨는 지금도 자신이 카페를 운영한다는 게 꿈만 같다. 장안대 세무회계과 졸업 후 전문투자회사에서 근무하던 그에게 지난해 7월 한 지인이 창업 프로젝트에 함께 응모하자고 제안했다. 커피 전문점 말리커피(대표 이호석)가 청년 창업을 독려하고 지역 상권 부활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말리커피 라이블리업’ 프로젝트였다. 정작 제안을 한 지인은 사정이 생겨 함께하지 못했지만 이씨는 홀로 카페 시장 등을 조사해 창업카페에 대한 기획안을 제출했다. 성적은 3등이었다. 부상으로 말리커피로부터 카페 소유권 등을 얻었지만 1억원이 넘는 인테리어 비용 등은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이씨는 그즈음 교회에서 진행하던 ‘특별새벽기도’에 참여했다. 그는 “기업을 교회처럼 운영하라는 한 설교자의 말씀이 가슴에 꽂혔다”며 “하나님이 응답하신 것으로 믿고 도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후 가족과 친척, 지인의 도움으로 필요한 비용이 극적으로 채워졌다. 가족 등에게 투자 받은 비용 등을 감당하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해야 하지만 그래도 감사하기만 하다. 그는 성령이 도우셨다고 믿는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청년들 카페에서 취업·창업 준비한다… 도서관처럼·사무실처럼 눈치 안보고 이용
입력 2016-01-27 2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