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치과병원 응급실 진료실적을 살핀 결과, 지난해 야간에 가장 많은 환자가 병원을 찾은 기간은 3월로 135명이 한밤중에 진료를 받았다. 이 병원에 따르면 1년 중 4개월은 100명이 넘는 환자가 야간진료를 받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타박상 또는 싸움으로 이가 부러졌거나 잇몸신경에 손상을 입은 경우였다. 한밤중에 응급 환자 진료를 담당했지만, 이 치과병원의 수익은 적자다. 정부로부터 야간진료에 대한 인센티브를 받거나 치과 응급실 운영을 위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은 전무하다. 서울대학교치과병원의 이야기다. 한밤중에 응급환자를 보면 볼수록 병원의 수익이 줄어드는 희한한 구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하는 병원 정보에 따르면 서울대치과병원은 야간진료 또는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실제 병원은 야간진료를 하고 있고, 2013년과 2014년에는 1200여명이 넘는 환자가 야간진료를 받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현행 의료법에는 100병상 이상, 9개 진료과 전문의가 있는 종합병원에서만 응급실 운영이 가능하다. 서울대치과병원의 병상 수는 40병상으로 3차 의료기관으로 불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치과 진료 특성상 구강외과 수술을 받는 환자 외에 입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필요 병상만 갖추고 그 외 공간을 외래 치과진료 등에 필요한 256대의 치과전용의자 등으로 채웠다. 선진국에 어디에도 이만큼의 치과전용의자를 갖추고 진료하는 병원은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서울대치과병원은 의료법상 병상 수 기준 미달로, 구색을 갖춘 응급실을 운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공병원이지만 이대로 적자를 감수해야한다면 야간진료가 온전히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응급실이 문을 닫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이 된다.
현홍근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교수는 “간신히 공공병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대로는 야간진료 운영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정부 지원금도 없이 운영하는 야간진료의 부작용과 한계는 매우 많다. 당직의사가 진료를 담당하더라도, 진료비 수납을 도와줄 원무과 직원도 다음 진료예약을 잡아줄 인력도 없다. 의사는 환자에게 원무과 직원이 나오는 다음날 다시 찾아와 치료비를 납부해줄 것을 요청하지만 이 요청에 정직하게 응해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이 치료만 받고 진료비를 떼먹는다는 것이다. 현 교수는 “한밤중 치과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의 유형 중 음주자가 많다. 지나친 음주로 자제력을 잃고 넘어져 이가 다치거나 싸워서 이가 다친 경우가 많다. 맑은 정신으로 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의사가 구두로 전한 진료비 납부에 응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정식으로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야간 진료비를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수익이 나지 않는 것은 물론, 환자들에게 진료비마저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야간에 다친 이를 붙잡고 찾아갈 병원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현 교수는 “손상된 치아를 오랜 시간 방치하는 것은 영구적 손상 가능성을 높이고, 치아의 기능적인 부분에 많은 악영향을 준다. 따라서 조기 응급 처치 능력을 갖춘 병원으로 신속히 가야한다. 실제 일반 병원을 갔다가 진료를 보지 못하고 구급차에 실려 우리 병원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치과전용의자가 아닌 병실 침대수로 따지는 경직된 제도와 기준 때문에 치과병원의 야간 응급진료의 운영이 위기를 맞고 있다. 치과진료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반 병원에 대한 기준인 ‘병상수’만을 치과병원 적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응급환자 치료해도 돈 못받는 치과병원… 서울대치과병원의 남모를 속앓이
입력 2016-01-31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