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없이도 화려하게 빛났다. 신바람 축구는 국민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신태용(46) 감독은 ‘여우’ 같았다. 리틀 태극전사들에게 “사고를 쳐 보라”고 독려했다. 그리고 고도의 심리전과 변화무쌍한 전술로 상대 팀을 흔들었다. ‘신태용호’가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한 것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한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후반 3분 류승우(레버쿠젠)의 선제골과 후반 44분 권창훈(수원)의 결승골, 추가시간 문창진(포항)의 쐐기골로 3대 1 승리를 거뒀다.
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대회 3위까지 주어지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이탈리아와 최다 연속 출전 공동 1위(7회) 기록을 갖고 있던 한국은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이라크를 2대 1로 제압한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30일 오후 11시 45분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스스로를 ‘난 놈’으로 칭하는 신 감독은 지난해 2월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이광종(52) 감독이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직후였다. “즐겁고 창의적인 축구, 소통과 화합과 희생정신으로 이기는 축구를 하고 싶다”는 게 취임 일성이었다.
신 감독은 이 전 감독이 선호했던 선수비-후역습 대신 빠른 패스 위주의 공격 축구로 팀 컬러를 바꿨다. 선수들의 의식도 바꿔 놓았다. 그는 “우리 선수들은 너무 조용하다”며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화와 소통을 강조하는 신 감독은 선수들과 적극적인 스킨십에 나섰다. 그러자 리틀 태극전사들도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신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쌤(선생님)”이라고 부르며 고민을 털어놓았고 해결책을 함께 찾았다.
소통의 리더십은 한국이 8강전에서 요르단에 1대 0으로 신승한 후 위력을 발휘했다. 후반전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선수들은 큰 실망감과 불안감에 휩싸였다. 신 감독은 라커룸에서 “오늘 경기에서 각자 무엇을 실수했는지 생각해 보고, 자고 일어난 뒤 말해 보자”라며 다른 말은 일체 하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 회복훈련 때 선수들은 신 감독에게 각자 무엇을 실수했는지 이야기했다. 감독의 의도대로 선수들은 스스로 해답을 찾았고 카타르와의 4강전에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변화무쌍한 ‘팔색조 전술’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4-4-2 전술을 기본으로 4-1-4-1과 4-2-3-1을 가동해 왔다. 하지만 공격력이 강한 카타르와의 4강전에선 처음으로 수비에 중점을 둔 3-4-3 전술을 꺼내들었다.
신 감독은 승리 뒤 기자회견에서 스리백 전술을 선택한 것에 대해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이기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단이 하나가 돼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로 한국 축구가 한 단계 성숙해 이제는 아시아의 맹주가 됐다”고 평가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 대해선 “내심 일본이 이라크를 꺾고 결승에 올라오길 바랐다”면서 “결승전에서 승리할 경우 기자회견에 한복을 입고 등장할 수 있다”고 했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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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27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