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국민 건강엔 관심이 있는걸까… ‘한의사 의료기 사용’ 갈등

입력 2016-01-31 18:27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놓고 의료계와 한의계의 끝없는 감정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중재를 위한 협의체까지 구성했지만 의료일원화로 방향이 틀어지며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은 더 깊어지고 있다. 또한 대한한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와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논란은 지난 2014년 12월 28일 정부가 규제기요틴 민관합동회의에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과제로 확정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문형표 전 복지부장관이 지난해 2월 국회에서 협의체 구성 등을 공개하면서 가시화됐다.

이어 지난해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주최의 공청회에서 복지부는 ‘상반기까지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의 범위를 확정해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2015년 말까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기준을 마련해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 발표와 맞물리며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격화됐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과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은 단식투쟁을 실시했고, 최근에는 김필건 회장이 기자회견장에서 직접 의료기기를 시연하기도 했다. 이에 의사협회는 이번 사안과 관련 지난달 30일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를 개최하며 한의사 의료기기사용에 강력 투쟁해 나가기로 했다.

의료계와 한의계는 이 과정에서 양 측간 도를 넘는 비난과 비하를 일삼았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한의학을 없애야 한다’며 한의학을 비방했고, 한의사협회도 모든 공식자료에 양의사·양의사단체 등 ‘양’자를 붙이면서 감정대립을 이어갔다. 이로 인해 한의학과 한의사협회장을 비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료인이 처벌을 받았으며,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의료기기 사용을 시연해 보인 김필건 한의사협회장은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문제는 양 측의 대립이 겉으로는 국민건강을 위한 정책적 이견에 대립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양 측은 국민건강을 위한 것이라면서도, 정책적 대안이나 타협점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도를 넘어선 막말과 고소 고발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의료계와 한의계가 국민건강을 위해 진지한 고민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는 것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국민들에게는 대화와 타협보다는 자신들의 주장만 고집하며 한 걸음도 물러날 생각이 없는 듯 비춰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의 대한 양측의 입장은 극명하다. 의료계는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의료체계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해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것은 의료법상 허용된 면허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의료행위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의사와 한의사로 이원화된 면허체계 하에서 의료행위가 명확히 구분돼 있어 한의사가 의학적 원리에 근거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의료일원화가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지난 30일 대표자대회는 궐기대회의 형식이지만 달리 보면 투쟁의 시작점이다. 어느 것이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지는 명백하다. 현대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순간 의료계는 강력한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반면 한의계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문제에 대해 진료를 할 한의사, 진료를 받을 국민, 이를 관리할 행정부와 사법부가 합의하면 되는 문제로 이미 사회적 공감대를 이룬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한의계는 의료계가 나서서 찬반여부를 이야기 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되면 오히려 한의원에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 환자입장에서는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일원화에 대해서는 한의학을 없애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의료계에 비추어 볼 때 생각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김지호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의료일원화 논란 이후 복지부는 협의체를 핑계 삼아 갈등을 키우고, ‘조만간 정리하겠다’는 기약 없는 말로 사실상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연말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지만 약속을 어기고 이번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데 직무유기”라고 지적하고 “한의사협회는 2월 중 의료기기교육센터 운영 등을 통해 본격적인 의료기기 사용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득영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의료일원화와 같이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 다만 양쪽 다 극단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과제가 지연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 문제는 의료통합 등 전체적인 관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다시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논의한다고 해도 막다른 골목이다. 중재안의 선상에서 물러서기보다는 그 안에서 대화의 물꼬를 터고, 현 단계에서 받을 수 있는 의제로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 정책관은 “현재도 적극적으로 중재를 위해 물밑에서 접촉에 나서고 있으며, 양쪽을 설득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조민규 기자 kio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