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 몸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곧 우리 몸은 우리가 먹는 음식을 통해서 얻어진 성분으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음식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병을 다스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조선시대 어의(御醫)를 지낸 전순의(全循義)가 세조의 명을 받아 편찬한 ‘식료찬요 (食療纂要)’ 라는 책에는 45개 병증에 관한 식이요법이 다양하게 서술되어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특정 질환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음식이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음식은 문화에 따라 조리법과 섭취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음식의 효증을 임상시험에서 입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장기간의 관찰 연구를 통해 일관되게 도출되고 있는 결론은 ‘지중해 식단이 심혈관 질환의 발생위험을 낮춘다’는 것이다. 지중해 식단을 요약해보면 생선, 불포화지방산, 정제되지 않은 곡물, 제철 과일과 야채, 견과류 그리고 적당량의 적포도주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 사람들이 즐겨 먹는 육류는 이들에게는 가물에 콩 나듯이 섭취할 뿐 평상시는 거의 요리 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에 지중해식단에 관한 흥미롭고 중요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4년 12월 영국의학저널(BMJ) 12월호에 4656 명의 건강한 간호사를 대상으로 지중해식단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보스턴 소재 브리검 여성 병원에서 Nurse Health Study일환으로 이루어진 연구로서 지중해식단을 철저히 실천할수록 말단소체(telomere)가 길어진다는 것이다. 말단소체란 염색체 끝에 붙어 있는 구조물로 세포 분열이 진행될수록 길이가 점점 짧아져 나중에는 매듭만 남게 되어 결국 세포 복제가 멈추어 사멸되는 것이다. 즉 세포노화의 과정이다. 촛불이 활활 타 들어 갈수록 짧아지는 심지에 비유할 수 있겠다. 말단소체 길이의 단축을 지연시키거나 막는다면 노화가 억제되며 생명이 연장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연구결과를 정리해보면 지중해식단에 충실할수록 말단소체가 길어지며 따라서 건강을 증진시키고 장수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2015년 11월 신경학(Neurology)에 발표된 논문도 우리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하다. 뉴욕 컬럼비아 대학병원 연구진은 치매가 없는 674명의 노인들(평균 나이 80.1세)을 대상으로 지중해식 식단 준수 여부와 뇌 부피와의 관계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지중해식단을 많이 지킨 노인들에서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뇌 위축의 정도가 적었는데 이는 5년 정도에 해당하는 뇌 위축의 정도와 맞먹는 것이었다. 즉 생선류 섭취를 많이 하고 육류 섭취를 적게 하는 식습관이 뇌세포 보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새해 1월도 벌써 하순으로 접어든다. 새해를 맞아 굳게 결심하였던 계획들이 하나 둘 삐걱 소리를 낼 때가 되었다.
오늘부터라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건강한 식습관을 내 것으로 만들어 보자. 인생의 황혼기에 이르기까지 맑은 정신과 건강한 신체를 지킬 수 있는 길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결국은 실행이 답이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한설희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
[한설희 칼럼] 우리가 먹는 음식은 바로 우리 몸이다
입력 2016-01-31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