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를 하던 박정남 목사가 자석을 꺼내들었다. “자석에는 철이나 쇠만 붙을 수 있어요.” 지난 24일 인천 연수구 송도 주사랑아이들교회의 주일예배 풍경은 학교 과학시간 같았다. 박 목사는 학교 선생님처럼 복음을 전했다. “예수님이라는 자석에 붙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맘속에 빛을 담아야 해요. 빛이 있는 사람만이 예수님 자석에 붙어 하나님 나라까지 끌려올라 갈 수 있어요.”
주사랑아이들교회는 다음세대 중심의 교회다. 교회가 위치한 인천 송도는 연세대와 인천대 등 국내 대학과 한국뉴욕주립대, 조지메이슨대 등 외국대학이 속속 들어오고 있어 교육에 관심이 많은 가정이 주목하는 지역이다. 교회 입구에 들어서자 중학생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이 안내를 했고 반주자도 학생이었다. 방송실 음향시스템 관리도 학생들 몫이었다. 이날 예배인도를 한 송승령(16)군은 올해 중학교를 졸업했다. “성령님, 찬양의 고백대로 이 자리에 임재해 주소서. 말씀 들을 때 우리 귀를 열어주시고 이 말씀이 우리 맘속에 새겨지는 역사를 보게 하소서.” 초등학교 때부터 크고 작은 모임에서 예배인도를 해 온 탓인지 그 모습이 제법 익숙해 보였다. 이날 주일예배는 학생 20여명이 드렸고, 학부모들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이 교회는 다른 교회 주일학교와는 다른 방식으로 다음세대를 키운다. 어린이 선교전문기관인 디르사선교회(대표 김희종 선교사)의 교육 철학을 그대로 적용했다. 디르사선교회는 30여년간 어린이 선교사역을 해 온 김희종 선교사가 뉴질랜드에 세운 선교단체다. 교회 교육과 학교 교육을 하나로 통합해 모든 학문이나 현상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교육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디르사선교회에서 7년간 김 선교사와 말씀을 공유하며 제자교육을 했던 박 목사는 교회를 세운 뒤 디르사선교회의 교육철학을 실제로 적용했다. 박 목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과학은 하나님을 증거하기 위한 도구에요. 디르사선교회의 교육은 성경 속에 있는 말씀을 과학 수학 음악 미술 등 일반 교육을 통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예배 후 나이대별 분반공부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늘 예배 시간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였어요?” 주일학교 교사인 이슬이씨가 묻자 이예원(11)양은 “자석”이라고 말했다. 학교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이 설교에 등장하니 기억에 남았던 것이다. 이 간사는 손에 자석을 들고 책상 위에는 화장품 사탕 연예인사진 등을 올려놓은 뒤 어떤 게 자석에 붙는지 시범을 보였다. 분반공부 교재에도 자석과 자기장에 대한 내용이 2쪽에 걸쳐 설명돼 있었다. 연구실의 연구원처럼 자석으로 실험하던 이씨가 물었다. “자석이 이끄는 힘에 따라 철이 끌려가듯 우리도 살면서 끌려가야 하는 게 있는데, 그게 뭘까?” 최승민(9)군이 말했다. “하나님이요. 유혹에 흔들리지 않게 기도하고 예배에 나와서 찬양하고 말씀 들으면 하나님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하나님한테 붙을 수 있어요.” 승민이는 이날 “추운데 집에만 있지 말라”고 엄마를 설득해 교회에 데려왔다.
같은 시간 박 목사는 학부모들과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한 학부모는 자신이 경험한 하나님에 대해 설명했다. 여기서도 키워드는 ‘자석’이었다.
“저는 모태신앙인데 어렸을 때부터 주님이라는 자석에 이끌려 살았어요. 저는 저 스스로 하나님을 붙잡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주님이 제 손을 붙잡고 놓지 않고 계셨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자석이 있기 때문에 철가루가 붙는 것이지 철가루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어요. 영향력은 철가루가 아니라 자석에 있었던 것이죠.”
주사랑아이들교회의 교육은 매주 이런 식이다. 디르사선교회에서 출판한 분반공재를 살펴보니 모든 단원마다 학교 교과서에 나올법한 내용으로 예수님을 설명하고 있었다.
‘배추에 소금을 뿌리면 배추 속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와 배추가 절여지듯이, 우리 몸에 소금처럼 변하지 않는 예수님 말씀이 스며들면 죄가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게 된다.’
‘얼음(고체)에 열이 가해져 물(액체)이 되면 분자들은 자유로워진다. 이처럼 우리의 차갑고 딱딱한 마음에 예수님이 따뜻한 빛으로 오시면 우리 마음도 녹게 된다.’
박 목사는 이런 식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하나님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학문 속에는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지혜와 지식이 내포돼 있기 때문에 따로 분리해서 생각해선 안 됩니다. 우리 아이들은 꽃이 핀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이 벌과 나비에게 선물을 주시려고 예쁜 꽃을 피워주셨다’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하나님 말씀으로 배우고 있기 때문이죠.”
주사랑아이들교회 박정남 목사
“사모로 헌신하다 아이들에 소망 생겨 본격적으로 다음세대 사역 뛰어들어”
박정남 주사랑아이들교회 목사는 교인 수가 2000여명인 인천 연수구 송도 주사랑교회 장상길 목사의 아내다. 사모로 사역을 하는 중에 문득 ‘예수님은 교회 부흥보다 더 중요한 것을 원하고 계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중에 아이들에 대한 소망이 생겼다.
박 목사는 2008년 어린이 선교전문기관인 디르사선교회에서 교육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다음세대 사역에 뛰어들었다. “하나님은 어렸을 때 받아들이는 게 중요해요. 그러면 나이가 들면서 하나님과 잠시 멀어지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어요.”
박 목사는 교육을 받은 후에도 디르사선교회에서 활동하며 교회 사모들에게 기독교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사역을 했다. 2011년 2월 디르사선교회 교육을 더 배우기 위해 뉴질랜드로 연수를 갔을 때 ‘죽음’의 위협을 경험하며 아이들 사역에 대한 열정이 커졌다. “갑자기 현지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어요. 갑작스럽게 마지막 시험의 때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주님 앞에 서기 전까지 제가 경험한 하나님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주사랑교회는 2013년 5월 주사랑아이들교회를 세웠고, 박 목사는 이 교회에 파송돼 디르사선교회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다음세대를 키웠다. 아이들이 많이 몰려오진 않았지만 박 목사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물론 재밌고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을 하면 교인들은 많이 모일 수 있어요.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속에 제대로 된 복음을 심어주는 것이에요.”
박 목사는 올해부터 파송이 아니라 아예 주사랑아이들교회 담임목사로 세워졌다. “이제는 오로지 아이들과 예수님께만 초점을 맞출 수 있어요. 온전히 나의 신랑 되신 예수님만 감동시키기 위해 헌신할 겁니다.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맘속에 예수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더 은혜를 받고 있어요.”
인천=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한국의 공교회-주사랑아이들교회] 과학시간 같은 주일예배… 인도·반주 등 아이들이 이끌어
입력 2016-01-27 20:18 수정 2016-01-27 2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