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국회법’ 관련 朴 대통령 정면 겨냥… 논란 예고

입력 2016-01-26 22:00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황진하 사무총장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상향식 공천’을 둘러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친박(친박근혜)계의 설전(舌戰)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쟁점법안 처리의 걸림돌인 국회선진화법이 잘못된 공천제도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까지 우회적으로 물어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2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 어젠다 추진회의’에 참석해 직권상정 요건을 강화한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의 입법 과정과 관련해 “그때도 우리 당내 거의 많은 의원들이 반대를 했는데, 당시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자 반대하던 의원들이 모두 다 찬성으로 돌아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권력자의 뜻에 따라가는) 잘못을 종료시키고, 공천권에 발목이 잡힌 국회의원에게 정치적 철학과 소신을 굽히지 말라는 뜻에서 100% 상향식 공천을 내가 지금 온갖 모욕과 수모를 견뎌가며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언급한 ‘권력자’는 국회선진화법 통과 시점인 2012년 5월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발언은 노동법 등 쟁점법안 처리 지연을 놓고 ‘국회심판론’을 제기하며 정치권을 비판하는 박 대통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으로 확대해석이 가능하다.

일각에선 경제부총리를 마친 최경환 의원의 국회 복귀를 계기로 친박계가 상향식 공천과 배치되는 ‘인재영입론’으로 압박수위를 높이자,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섰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전날 최 의원은 대구·경북(TK) 지역 기자들과 만나 “수도권의 신설·분구 지역에 새로운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고 했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사석에서 “인재 영입이 경선 때문에 어렵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분구 지역에 영입인재를 우선추천 공천제를 활용해 공천해야 한다”고 사실상 전략공천을 주장했다. 최 의원은 또 “TK 의원들이 반성할 건 반성하고 국정을 뒷받침할 건 뒷받침해야 한다”며 TK 물갈이론에도 힘을 보탰다.

김 대표의 발언을 접한 친박계 의원들은 “부적절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친박계 한 의원은 “선진화법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 중 상당수가 바로 그 전달에 치러진 총선에서 낙마한 상황이었다”며 “낙마한 의원들이 당시 비대위원장인 박 대통령의 눈치를 봤을 리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싸움은 이번 주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설 이후로 예정된 선거대책위원회 출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양측 내부에선 지금은 쟁점법안 처리가 무엇보다 급한 만큼 정면 대결을 할 때가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총선 이후 당권을 겨룰 전당대회는 물론 대권경쟁 등 본격적인 싸움은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최 의원 측의 한 인사는 “인재영입 주장은 친박계가 아닌 정병국 정두언 의원도 주장한 원론적 얘기인데 마치 최 의원과 김 대표가 각을 세우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최 의원이 앞으로 당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이 정권의 막강한 실력자다. 그래서 최 의원과 많은 대화를 해서 서로 의견조율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