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이 춤을 춰, 밤 새워 동화 같은 꿈을 꿔.”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과 태양이 함께 부른 노래 ‘굿 보이’의 가사처럼, 동화처럼 한류와 사랑에 빠진 한류 팬이 급증한 것으로 26일 나타났다. 한국 대중음악인 ‘K팝’의 인기가 주춤한 사이 지드래곤 등 스타들을 내세운 한국형 힙합 ‘킵합(K-hiphop)’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해외 한류 동호회도 2014년 1229개에서 지난해 1493개로, 동호회원은 2182만명에서 3559만명으로 각각 21%, 63% 급증했다.
공공외교 전문 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최근 펴낸 ‘2015 지구촌 한류 현황’에서 “킵합은 재미동포 래퍼들 사이에서 굳어진 새로운 신조어”라며 “걸그룹 투애니원(2NE1)과 빅뱅이 미국 현지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시작하는 등 미국을 강타했다”고 평가했다.
길거리 문화에서 탄생한 미국의 힙합은 원초적인 가사와 정치색 등을 앞세워 반항정신을 드러낸 문화운동에 가까웠다. 하지만 킵합은 공격적인 힙합 이미지와 달리 다소 부드러운 감성적 문화를 앞세워 차별화했다. 특히 잘 짜인 군무와 섹시한 외모의 걸그룹을 앞세운 K팝에 식상함을 느낄 즈음 등장해 세계 곳곳에서 만원 행렬을 기록 중이다.
보고서는 “킵합의 등장은 K팝에 식상해진 유럽의 많은 한류 팬들에게도 새롭게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지드래곤 지코 랩몬 등이 이끄는 킵합 공연은 연속 만원사례를 기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6월 ‘세계 정복을 위한 싸이와 K팝 스타들의 노력에 어떤 일이 있었나’라는 보도에서 한국 연예기획사의 스타 시스템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이 방송은 영국의 보이그룹 ‘원 디렉션’이 2014년 벌어들인 수익이 400만 달러에 그친 반면 ‘빅뱅’은 71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소개했다.
웹드라마와 방송 예능 프로그램도 한류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 웹드라마 ‘드림 나이트’, ‘후유증’ 등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중국에선 공동 콘텐츠 제작이 활기를 띠고 있다. MBC ‘무한도전’이나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 예능 프로그램 공동제작 계약도 잇따르고 있다. ‘먹방’(먹는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세계 곳곳 한식당의 인기가 높아졌다. ‘무뢰한’이 칸 국제영화제에 초대되고 ‘끝까지 간다’는 프랑스 60여개 극장에서 개봉하는 등 영화산업도 한류 열풍에 가세했다.
일본에서는 반한 감정의 여파로 ‘드라마 한류’는 주춤하고 있지만 ‘K팝’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3월 제29회 일본 골든디스크 대상에선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와 ‘소녀시대’가 각각 4개, 2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6월 일본에서 발매한 싱글 앨범 ‘포유’는 해외 힙합 가수로는 처음 일본 오리콘 주간 싱글 랭킹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킵합’, 제2 韓流 바람몰이
입력 2016-01-26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