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중국 왕이 외교부장 초청으로 26일 중국 베이징을 찾았다. 이틀 동안 왕이 부장을 비롯해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과 만나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이 “적절한 수준의 국제사회 제재에는 동참할 수 있지만 북한 정권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여 양국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결의안 초안에는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 금지, 북한산 광물 수입 금지, 강도 높은 금융 제재안 등 기존 대북 결의안과 다른 초강경 제재들이 포함됐지만 중국은 원유 등 전략물자 지원 중단에 여전히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케리 장관은 앞서 지난 24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한·미·일 대북 공동전선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다른 사람에 대해 함부로 이래라저래라, 이러쿵저러쿵하지 말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6자회담이 가동되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개별 당사국(미국)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의 입장은 이날 관영 환구시보와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를 통해서도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진찬룽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환구시보에 “케리 장관의 이번 방중 주요 의제는 북핵 문제, 대만 문제, 남해(남중국해) 문제”라며 “미국 입장에서 북핵 문제는 더욱 긴박해지기는 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당연히 대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핵 문제를 후순위로 미루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을 압박하면 오히려 더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웨이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미국연구소장은 “미국은 중국의 어깨 위에 근거 없는 책임을 지우고, 근본 원인을 건드리지 않은 채 강력한 제재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환구시보는 웹사이트에 북한 외무성 산하 군축 및 평화연구소 최은주 연구원 명의의 ‘평화협정 체결은 조선 북남 통일의 지름길’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북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외무성 소속 연구원의 글을 게재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hmaeng@kmib.co.kr
중국 방문 케리 제재 촉구에 中 “북핵, 중국 압박하면 혼란만 가중”
입력 2016-01-26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