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물갈이’ 등 安-千 갈등 뇌관 수두룩

입력 2016-01-26 21:40
안철수 의원(앞줄 왼쪽)과 천정배 의원(앞줄 오른쪽)이 26일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북도당 창당대회에서 의자 한 칸을 사이에 두고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천정배 의원이 전격 합류하면서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은 급하게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정치권은 두 세력 간 화학적 결합에 대한 회의적 시선을 여전히 거두지 않고 있다. 호남에서의 공천 룰 결정과 정치노선 차이, 수도권 선거연대에 대한 입장 정리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폭발력이 강한 뇌관은 ‘호남 공천’이다. 천 의원은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광주·호남 의원들의 국민의당 합류를 강하게 비판해 왔고, 통합 선언 이후에도 이른바 ‘뉴DJ(김대중)’들의 국회 입성을 요구하고 있다. 천 의원은 26일 광주 기자간담회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면 될 일”이라면서도 “신인에게 기회를 줄 장치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원 경선 참여를 선언한 현역 의원들은 “공정하게 경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공천 과정에서의 마찰 가능성이 엿보인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무조건 다선 의원을 물갈이한다는 건 잘못된 기준”이라고 했다.

중도개혁을 강조해 온 안 의원과 진보 성향이 강한 천 의원이 당 정체성과 정책방향 설정에서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천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원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단식농성까지 벌였던 대표적 진보 성향 정치인이다. 안 의원과는 정치적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김영환 의원은 “천 의원 합류는 당 정체성 논란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 선거연대에 대한 입장차도 여전하다. 안 의원은 더민주와의 선거연대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천 의원은 이날도 “수도권에서는 여당에 어부지리를 주지 않을 대책이 필요하고, 그런 의미의 연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까지 “극히 제한적 부분에서 연대도 필요하다”고 밝힘에 따라 논란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국민의당은 전북 전주와 부산에서 잇따라 시·도당 창당대회를 열며 세몰이에 나섰다. 안 의원은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전북도당 창당대회에서 “호남에서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는 뉴DJ를 키워내겠다. 우리 당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고 호소했다. 광주·전남에 비해 이탈이 적은 더민주 전북 의원들에 대한 경고이자 천 의원에게 명분을 주기 위한 다중포석으로 풀이된다. 한상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은 “이 지역 의원들은 어찌 보면 태평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결정을 내린다면 국민의당은 힘을 합치겠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그는 더민주의 김종인 선대위원장 영입에 대해서도 “보약이 아니라 독약”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시당 창당대회에서는 일부 당원들이 강하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전태섭 부산시당 창당대회 임시의장이 김현옥 위원장을 단독 선출하려 하자 경쟁자인 김병원 전 경성대 교수와 지지자들이 강력 반발하며 일부가 연단까지 난입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결국 두 사람을 공동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한편 박주선 의원은 국민의당에 합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박 의원 측은 “통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했다. 그러나 정동영 전 의원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최승욱 기자, 전주·부산=고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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