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전국을 강타한 최강 한파는 기도원과 수양관에서 울려 퍼지던 기도소리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수련회나 워크숍 등을 열려던 교회들은 줄이어 예약을 취소했고, 기독시설 관리자들은 동파시설 복구에 분주하다.
대구 A교회는 25∼27일 제주에서 교인수련회를 열기 위해 조천읍 제주명성아카데미하우스에 85명을 예약했다. 그러나 폭설과 한파로 항공기가 결항되면서 일정을 전면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날 이곳에 묵을 예정이던 경북 경주의 B교회 역시 35명 예약을 취소했다. 이렇게 예약을 취소한 인원은 150명에 달한다. 제주명성아카데미하우스 함상훈 관장은 “무릎까지 쌓인 눈 때문에 직원 8명은 집에도 못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주공항에 노숙한 이들을 모시고 싶었지만 당장 이곳도 고립돼 있어 그럴 수 없었다”고 전했다.
경기도 양평 창신수양관(관장 최종오 목사)은 이번 한파로 수양관을 찾는 이들이 전년대비 30%가량 줄었다. 최종오 관장은 “2박3일로 오시는 분들이 보통 하루에 400여명은 됐는데 최근 일주일새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관장은 “최근 며칠간은 눈까지 내려 수양관 입구까지 자동차 진입이 어려웠다”며 “이곳까지 찾은 분들은 근처에서 하차해 걸어 들어와야 했다”고 말했다.
산자락 깊은 곳에 위치한 수양관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내장산 장군봉 뒷자락 해발 500m 지점에 위치한 전북 순창군 복흥면 내장산기독교수양관은 주말동안 1m 이상 폭설이 두 차례나 내린 탓에 수양관 입·출구와 인근 도로까지 눈에 완전히 파묻혔다. 주변 기온은 영하 20도까지 떨어져 내부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모두 동파됐다. 수양관을 관리하는 문길배 목사는 “염화나트륨을 뿌리고 비질을 하며 나흘째 혼자 제설작업을 하고 있지만 눈이 줄어들 기미를 안보이고 있다”며 “하루빨리 길이 뚫려 성도들이 말씀집회를 하러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북 정읍시 칠보면 산자락에 위치한 감람산금식기도원(원장 신선아)도 마찬가지다. 지난 2주 동안 아예 발길이 끊어졌다. 신선아 원장은 “기도원이 높은 지대에 있어 무릎 위까지 눈이 쌓이고 진입로도 막혔다”며 “성도들이 매주 월요일 입소해 금요일 퇴소하는데 입소 예정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입소가 불가능하다고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 주민과 성도들의 지원을 받아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다음주엔 다시 기도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치악산국립공원 부근에 있는 강원도 원주 명성교회 원주수양관은 밤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졌다. 수양관 관리자인 이귀수 장로는 동파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수양관은 매일 1∼2시간씩 기름·전기보일러를 가동하고 있으며, 직원 15명이 순찰을 돌며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있다. 이 장로는 “26일엔 오래간만에 아침부터 눈이 쌓였다”며 “평소에도 영하 10도 아래로 기온이 떨어지다 보니 10개 건물의 동파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로는 “만약 동파가 되면 샤워기, 좌변기, 세면대 등을 모두 쓸 수 없게 돼 건물기능이 마비된다”며 “동파사고를 막기 위해 항상 건물 내 온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상현 이용상 이사야 최기영 기자 sotong203@kmib.co.kr
한파·폭설에 얼어붙은 기도원… “말씀집회 재개 고대”
입력 2016-01-26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