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곡봉사대상 수상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 “우리 안의 피부색 차별, 이젠 끝내야”

입력 2016-01-26 20:51
김해성 목사가 지난 14일(현지시간) 탄자니아의 한 공립학교를 방문해 현지 아이들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55)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국제사랑재단 김영진 대표회장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영곡봉사대상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다. 마침 다문화 지원단체 ㈔다음누리와 함께 탄자니아의 열악한 학교 현장 등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반평생 이주민 선교사역에 헌신해온 그였지만 아프리카 방문은 처음이었다. 그는 일정 중 짬을 내서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의 비극적인 역사를 보여주는 잔지바르 스톤타운의 성공회 대성당도 찾았다. 19세기 남녀 노예들이 경매에 부쳐진 뒤 팔려나갔던 노예 시장이 있던 곳이다. 김 목사는 경매 전 노예들이 대기하던 비좁은 수용 공간과 이제는 성당의 강대상으로 변한 경매장 자리를 둘러봤다.

김 목사는 ‘얼굴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총으로 무장한 백인들에게 저항 한 번 못해본 흑인 노예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지금 한국에서도 이주민들은 감히 한국인에게 덤벼들 수 없는 분위기에서 살고 있다”며 “한국은 이주민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을 어떻게 포용해야 할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민들에게 전해들은 피부색에 대한 차별 사례를 들려줬다. “스리랑카인의 피부색은 동남아인 중에서도 좀 더 검습니다. 우리 사역장의 스리랑카 출신 직원이 지하철을 탔더니 옆 자리가 비었는데도 아무도 앉지 않더래요. 심지어 그 앞에 있던 아이가 엄마한테 ‘저 아저씨는 왜 얼굴이 까매?’ 하고 묻자 아무렇지도 않게 엄마가 ‘얼굴을 잘 안 씻어서 그렇다’고 하더랍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엄마가 이렇게 말하면 차별금지법에 따라 처벌 받을 일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제재하는 규정이 없으니 함부로 말하고 대합니다. 피부색에 대한 한국인들의 차별의식은 일상적으로 존재합니다.”

김 목사는 가나 출신 엄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아이 세 명을 돌보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늘 아이들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묻는데 이 아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났다”며 “얼굴색이 다른 한국인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대도시 중 서울이 외국인에게 가장 배타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이주민들에게 배타적”이라며 “한국 사회가 이주민과 다문화 가정을 따뜻하게 보살필 때 이들은 친한 인사가 되지만 함부로 대할수록 반한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누구나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기에 사랑하고 도와야할 기독교인들이 나그네를 차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한국의 기독교가 이주민을 품기 위해 더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아프리카 방문 내내 영곡봉사대상 상금 500만원을 어디에 쓸지 고민했다. 이주민 선교 지원에 쓸까 생각도 했지만 이주민 재소자들을 지원하는 데 쓰기로 결심했다. 이주민 200만명이 넘어서면서 현재 잘못을 저지르고 감옥에 있는 이들이 10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김 목사는 “통계상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사건 하나가 생기면 그걸 부각시켜 갈수록 흉포화 된다고 하며 이주민포비아를 양산하는 등 이주민 범죄를 다룰 때도 편견이 작용한다”며 “해외에 나가면 누구나 그렇듯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을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잔지바르(탄자니아)=글·사진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