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맞댄 당정산학 “낡은 기업문화·규제 뜯어고쳐라”… 商議, 중장기 어젠다 전략회의

입력 2016-01-26 20:57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중장기 경제 어젠다 추진 전략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일호 경제부총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박 회장,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연합뉴스

한국 직장인들은 주 5일 중 이틀 넘게(2.3일) 야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근문화의 원인은 ‘의식이 없는 상사’ ‘비효율적 업무관행’ ‘야근은 미덕이라 생각하는 문화’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또 한국의 기업문화 수준은 글로벌 하위 25%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맥킨지와 공동으로 100개 기업 4만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대한상의는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고 ‘중장기 경제 어젠다(의제) 추진 전략회의’를 처음 열었다. 낙후된 경제 체질을 바꿔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여·야·정 주요 인사와 산·학·연의 대표 70여명이 모여 기업문화, 규제 개선, 서비스산업 선진화 등 혁신 과제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대한상의 회장단은 전략회의에서 “후진적 업무 프로세스와 구시대적 기업문화가 반기업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이를 없애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특히 야근뿐 아니라 보고문화, 소통문화, 여성근로 등에 아직도 후진적 문화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예를 들어 ‘상사에게 이유를 묻지 못하고 의중을 추측하느라 밤샘회의를 하는 기업’ ‘일할 사람 없다면서 지게차 운전에 여자는 안 된다고 말하는 유리벽’ 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원식 맥킨지 대표는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CEO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구체적 실천방안을 제시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또 선진기업 환경 조성을 위해 ‘일단 안 돼’ 식의 사전규제와 ‘이것 이것만 하세요’ 식의 포지티브규제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윤 한양대 교수는 “사전규제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실효성이 점차 낮아져 자칫 반창의적 분위기마저 고착될 수 있다”며 “민간이 자기책임 아래 운영하는 자율규제나 사후규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비스산업 발전을 통한 일자리 창출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현수 국민대 교수는 “한국의 서비스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60% 수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5000달러 진입 시점이었던 프랑스의 1995년(72.7%), 영국의 1998년(71.1%)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다”며 “서비스산업의 고용 비중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2.2%까지만 높여도 64만개의 일자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는 6개월마다 중장기 어젠다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새로운 어젠다도 발굴할 계획이다. 이날 논의된 기업문화, 규제의 근본틀 개선, 서비스산업 선진화 외에도 ‘시장적 입법현황 점검’ ‘공무원 행태 개선’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해 중장기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상의가 끝까지 들여다보면서 방향을 잡아주고 각계의 목소리를 모아 10년 뒤를 내다보는 마일스톤(Milestone·목표지점까지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