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美 교도소의 ‘쇼생크 탈출’… 3인조 탈주극

입력 2016-01-26 21:29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남성중앙교도소를 탈옥한 재소자 3인이 함께 쓰던 다인실의 모습. 침대 사이 중앙 복도 뒤쪽으로 이들이 절단한 약 1.27㎝의 철제 환풍구 덮개가 보인다. 이들은 절단된 구멍을 통해 건물 옥상까지 환풍구 배관을 기어 올라갔고, 경비 철조망을 잘라낸 뒤 건물을 벗어났다. 오른쪽 사진은 탈주범들이 줄을 타고 내려간 교도소 옥상. 외부로 향하는 철조망 일부가 절단돼 한쪽으로 치워져 있다. 오렌지카운티 보안관실·AP연합뉴스
팀 로빈스, 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 ‘쇼생크 탈출’을 연상시키는 범죄자들의 탈주극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25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렌지카운티 남성중앙교도소에서 베트남 출신 조너선 띠에우(20·왼쪽 사진)와 박 즈엉(43·가운데), 이란 출신 후세인 나예리(37·오른쪽)가 함께 쓰던 다인실의 두께 약 1.27㎝의 철제 환풍구 덮개를 절단하고 사라졌다.

이들은 환풍구 배관을 타고 4층 높이의 건물 옥상까지 올라갔다. 이어 옥상의 철조망 일부를 칼로 절단해 떼어낸 뒤 침대 시트와 정체불명의 천 등을 활용해 줄을 만든 뒤 건물을 벗어났다. “감옥 내 벽을 파고 배관을 이용해 정교하고 대담하게 탈출했다는 점에서 스티븐 킹 원작의 유명 영화 ‘쇼생크 탈출’과 유사점이 많다”는 게 폭스뉴스의 설명이다.

오렌지카운티 보안관실의 제프 할록 경위는 현지 지역방송 KTLA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의 탈옥이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한 계획적인 탈출”이라며 교도소 내외의 조력 가능성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수사 당국은 특히 띠에우가 현지 베트남 갱단의 조직원인 점에 주목해 “베트남 지역사회의 갱단 조직원과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이들이 교도소 설계도 등 내부 구조에 대한 정보를 얻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현지 언론들은 환풍구 덮개와 철조망 절단에 사용한 도구가 무엇이며 어떻게 반입됐는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건 당일 야간 인원점검 당시 수감자가 경비를 공격하는 난동이 발생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여러 가지 정황상 이 역시 경비들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계획의 일부로 추정된다.

탈옥범들은 한방에서 지낸 것 이외에는 특별한 접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예리는 2012년 현금 탈취를 목적으로 한 납치·고문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이란으로 달아났다가 체코에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2014년 9월 수감됐다. 띠에우는 폭력조직과 관련된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2013년 10월부터 복역했으며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즈엉은 수감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KTLA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1968년 건립돼 최고 수준의 보안 시설을 갖추고 있는 이 교도소 역사에서 세 번째 탈주극이다.

이들은 탈옥 당일 새벽 교도소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자취를 감췄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수사 당국은 이들의 체포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받기 위해 최대 5만 달러(약 6000만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