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에트연방 해체는 레닌 탓” … ‘차르’가 國父 비난한 이유는

입력 2016-01-26 21:21 수정 2016-01-26 22:0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공산당 및 구 소비에트연방(소련)의 창설자인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을 강력히 비난했다. 볼셰비키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킨 레닌은 소련 패망 이후에도 공산당원을 비롯한 상당수 러시아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는 러시아의 국부(國父) 같은 존재다. 푸틴이 그동안 유권자들을 의식해 과거사에 대한 평가 문제에 대해 신중한 행보를 해 왔다는 점에서도 이날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스타브로폴에서 친정부 활동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레닌과 그가 이끌던 볼셰비키 정부가 러시아에 ‘시한폭탄’을 설치했었다고 맹비난했다.

이 발언은 레닌이 ‘분리할 권한을 가진’ 연방국가 방안을 채택해 1991년 소련이 해체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을 가리킨다. 레닌은 사회주의 혁명 후 러시아의 여러 민족이 융화할 것이라는 당초 주장을 철회하고 연방제를 받아들였다.

푸틴 대통령은 레닌의 연방제가 남긴 파괴적 유산의 대표적 예로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지역을 들었다. 레닌이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늘리기 위해 즉흥적으로 국경을 정해 돈바스가 우크라이나 지역에 속하게 됐고 2013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분쟁지역이 됐다는 것이다.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반대하는 친러시아 반군의 중심지로 이곳에서 양측의 교전으로 2014년 4월 이후 9000명이 사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푸틴의 발언이 “친러시아 반군을 지원하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해 온 러시아 정책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재무부 고위 당국자가 푸틴 대통령에 대해 “부패했다”고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애덤 주빈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대행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비밀 재산을 추적한 영국 BBC의 시사프로그램 ‘파노라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미국 정부는 (부패 사실을)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국가의 자산을 이용해 가까운 친구들에게 부를 쌓게 해주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배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에너지 자산이든 다른 정부 계약이든 그는 자신을 따르는 이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내가 보기엔 이게 바로 부패의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정부는 2014년 푸틴 대통령의 측근 등을 겨냥해 경제 제재를 가하며 푸틴이 에너지 분야에 몰래 투자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으나, 푸틴 대통령이 부패했다고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BBC는 설명했다.

앞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007년 푸틴 대통령의 개인 재산이 400억 달러(약 47조9000억원)에 달한다는 비밀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은 BBC에 “완전히 소설이라 대답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