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80) 위작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하 감정평가원)이 진품이라고 감정한 이우환 작품에 대해서도 가짜 의혹이 제기됐다.
미술품 감정 및 복원 전문가인 최명윤 국제미술과학연구소 소장(전 명지대 교수)은 2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인 소장가가 진위 판정을 의뢰해 온 이우환 작가 작품 2점을 감정한 결과 진품이 아닌 것으로 결론났다”며 “둘 다 2012년 감정평가원으로부터 진품 확인 감정서를 받은 작품”이라고 밝혔다. 2점은 각각 위작이 집중 유통 중인 ‘선으로부터’와 ‘점으로부터’ 시리즈에 속하며 모두 30호 크기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감정평가원의 ‘선으로부터(From Line)’ 감정서는 제작 연도가 1979년, 감정 날짜는 2012년 7월 20일로 돼 있다. 최 소장은 “캔버스는 ‘천+차단막층(물감 독성 스며듦 방지)+흰칠(밑칠)’의 3중 구조로 되어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각층은 본래의 유연성을 잃고 각질화하는데 그 각질화 정도가 1979년 이전에 제작된 캔버스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새 캔버스에 오래된 것처럼 보이려고 고색 처리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작품을 감정한 2012년 7월은 감정평가원이 작가에게 직접 진위 확인을 요청한 시기(2012년 6월∼2013년 2월)에 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수의 감정위원은 진품이라고 판정한 작품에서도 오류가 일어날 가능성을 시인했다. A 감정위원은 “2012년부터 이우환 작품에 대한 감정 의뢰가 갑자기 많아졌다”며 “또 우리가 알고 있는 이우환 작품과는 좀 다른 점이 있다는 감정위원의 의견이 많아 작가에게 직접 보여주는 과정을 거쳐 감정서를 발부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진위 판정에 이견이 있을 경우 작가 의견이 우선이라는 변호사 자문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B 감정위원은 “실수가 나올 수 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이우환) 선생님이 맞다고 하니 위작으로 내보낼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식으로 감정서를 떼 준 작품이 20∼30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뢰가 들어온 작품은 점·선 시리즈, 78·79년 작, 30호 이하에 집중됐다. 감정평가원은 2013년 2월 8일을 마지막으로 이우환 작품 감정을 중단했다.
그런데 최 소장은 의뢰 받은 2점은 작가 확인도 거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감정평가원 관계자는 “그런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후에 작품을 찍은 사진을 통해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화랑협회와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제휴해 2007년 출범한 감정평가원은 최고 공신력을 가진 민간 감정기관이다. 따라서 진짜라고 확인한 감정 결과가 번복될 경우 신뢰도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대규모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미술품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2005∼2014년 국내 주요 경매에서 이우환 작품은 총 712억원어치(567점)가 낙찰되며 한국 근현대 작가 중 1위를 차지했다. 최 소장은 문제의 작품을 경찰에 제출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단독] 진품 감정 이우환 작품 2점 ‘가짜 의혹’
입력 2016-01-26 20:28 수정 2016-01-27 1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