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의 일이다. 병원에서 첫 심장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5개월이나 기다렸다. 통계적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기다리다 자기한테 맞는 심장이 나타나지 않아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해 죽는 사람이 50%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병원에서 5개월 정도를 기다렸다는 것은 그만큼 사망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죽음을 눈앞에 두고, 내게 맞는 심장이 나타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시기였다.
바로 그때 나의 전담 의사가 기쁜 소식을 전하러 병실로 달려왔다. “축하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당신에게 아주 잘 맞고 건강한 심장이 나타났습니다. 오늘 저녁 수술할 수 있습니다.” 그때의 심정은 “아! 이젠 살았구나!”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 순간 의사가 망설이는 눈치로 주저하더니 문득 이런 말을 꺼냈다. “옆방에 어떤 젊은 여인이 3일 전 헬리콥터로 실려 왔는데, 우리가 검사해 보니 그 여인은 이틀 안에 심장이식 수술을 받지 못하면 죽어요.”
몇 초가 지났을까. 나도 모르게 “선생님” 하고 의사를 불렀다. 그토록 기다리던 심장을 기증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던 순간 느꼈던 감사의 마음은, 순식간에 엄청난 정신적 고통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바로 그때 나는 “그 젊은 환자에게 너의 심장을 주라”는 주님의 음성을 들었다.
그녀는 건강하게 살아서 퇴원했고 나는 7일 뒤 위독해졌고 의식을 잃었다. 의식 잃은 상태로 한 달을 견뎠을 때쯤 또 다른 심장이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상태가 좋지 못한 심장이었다. 하지만 나의 상태가 너무 위독했기에 일단 사람이라도 살려 보자고 하였고, 나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수술을 받았다.
나는 그 상태가 좋지 못한 심장을 가지고 6년을 살고 그 후 두 번째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이제 죽는 것으로 알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런데 불과 6개월 전 마침 공휴일이라 딸들이 하이킹을 가자고 해서 공원에 갔다. 공원을 걷는 동안,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지 16년 만에 처음으로 심장에 부담을 느꼈다. 그리고 다음날 의사에게 진단을 받으러 갔더니, 담당의사가 말하기를 두 개의 혈관이 완전히 막혔고 막힌 혈관을 뚫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는 것이다. 일단 입원부터 하자고 권했다. 그날 밤, “이제 때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제 죽는 거구나’ 싶었다.
다음 날 담당의사가 찾아와서 다시 한번 시도해보자고 했다. “만약 또 실패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될 경우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고 오직 심장이식 수술밖에 없다고 했다. 나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나는 이미 이식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으니 그것은 나한테는 적용할 수 없는 수술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데 의사의 답변을 믿을 수 없었다. “기억하세요? 당신의 경우는 한 번 더 수술받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그때 당신에게 맞는 좋은 심장을 젊은 여성에게 기증했고, 그 후 너무 상태가 위독해 상태가 좋지 못한 심장을 이식받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당신이 두 번의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하더라도, 당신에게 좋은 심장은 한 번밖에 이식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참된 희생은 또 다른 기적을 낳는다는 것을 말이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역경의 열매] 하형록 <19> 5개월 기다린 이식 심장을 더 급한 환자에 양보
입력 2016-01-27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