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공항 보안 시스템 어떻게 그리 쉽게 뚫리나

입력 2016-01-26 17:43
대한민국 최일선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의 보안 시스템에 구멍이 뻥 뚫렸다. 환승 대기 중이던 중국인 2명이 심야에 공항 내 보안망을 모두 뚫고 밀입국했다가 나흘 만에 잡힌 것이다. 이슬람국가(IS) 등에 의한 테러가 잇따라 공항 경계태세가 강화된 가운데 터진 어이없는 사건이어서 충격이 더하다. 지난 3일 사상 초유의 ‘수하물 대란’에 이어 보안까지 허점을 드러내 10년 연속 세계 최고 서비스 공항 1위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다.

이번 사건은 법무부 출입국사무소와 공항공사, 항공사 등이 빚어낸 총체적 ‘보안 참사’다. 밀입국 당시 3000여대의 CCTV가 가동되고 300여명의 보안·경비요원이 근무 중이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중국인 2명은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지난 20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하루 뒤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는 비행기로 갈아타야 할 환승객 신분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환승에 필요한 보안검색을 받은 뒤 3층 출국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을 배회하면서 경비가 허술한 새벽까지 기다린 것이다.

이들은 출입국사무소 직원과 상주직원들이 이용하는 자동 유리문을 아무런 제재 없이 통과했다. 직원들이 퇴근할 때 유리문을 잠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어 직원이 없는 보안검색대를 넘었고, 출국 수속을 마친 승객과 일반인의 경계 역할을 하는 유리문의 잠금 장치도 뜯어낸 뒤 유유히 사라졌다. 유무형 보안 시스템을 뚫고 나오는 데 단 14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니 어이없다.

보안 무방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출입국사무소는 이들이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대한항공으로부터 통보받고도 한참 뒤에야 공항공사에 추적을 요청했다. 항공사도 탑승권을 받고 탑승하지 않은 승객이 있으면 비행기를 이륙시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규칙인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만약 이들이 고도로 훈련된 테러리스트였다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 아찔할 따름이다.

인천공항은 최고 보안등급 ‘가급’이 적용되는 국가 주요 시설이다. 그런데도 경계 수준이 이렇게 허술하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은 국가 보안망이 여지없이 무너진 중차대한 문제다. IS가 테러 대상에 한국을 포함시킨 것에서 보듯 우리나라도 이제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다. 철저한 조사와 함께 전면적인 보안 시스템 점검에 즉각 착수하고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고객 서비스에 지나치게 신경쓴 나머지 보안 부문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꼼꼼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허술한 보안 시스템이 인천국제공항공사 경영진의 잇단 낙하산 인사와 관련은 없는지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