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이 다가올수록 판세는 예측불허의 접전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 대선의 풍향계로 꼽히는 아이오와 코커스를 1주일 남겨둔 25일(현지시간) 각 당의 1, 2위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전국적인 지지율에서 앞서는 후보들이 유독 이 지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첫 판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기 때문이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민주당의 1위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날 현재 전국 50.2%의 지지율로 2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37.4%)을 14.6% 포인트로 따돌리고 있다. 그러나 아이오와에서는 0.6% 포인트 차에 불과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화당도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가 전국 조사(1월 24일 기준)에서 34.8%의 지지율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19.0%)을 15.8% 포인트로 여유 있게 앞서고 있지만 아이오와에서는 6.4% 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남은 기간 어떤 이벤트가 펼쳐지느냐에 따라 우위가 뒤바뀔 수 있는 백중지세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다음 달 1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6월까지 지역 경선을 거쳐 7월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를 선출하며 11월 8일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민주당, 클린턴의 이메일 논란 급부상이 변수=클린턴 후보의 최대 약점인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과거 성추행이 재조명되면서 ‘여성 권익의 대변자’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받은 데 이어 ‘꺼지지 않은 불씨’ 이메일 스캔들이 또 살아나고 있다.
국무부는 연방법원에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마지막 이메일 5만5000페이지의 공개를 다음 달 29일로 한 달간 늦춰줄 것을 요청했다. 국무부는 “기록적인 눈폭풍 때문에 1월 29일까지 이메일 검토를 물리적으로 끝내기 힘들게 됐다”고 연기 요청 사유를 밝혔다. 최근 클린턴 후보의 개인 이메일 서버에서 ‘극비’를 넘어서는 수준의 ‘특별접근프로그램’ 정보가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정보공개법에 따라 지난해 1월 클린턴 전 장관의 개인 이메일 공개를 요구했던 국제뉴스 전문매체인 ‘바이스뉴스’의 제이슨 레오폴드 기자는 “공개를 늦춰 달라는 설명이 매우 모호하다”며 반소를 제기했다.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클린턴 봐주기’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들 부시’ 정권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마이클 뮤케이지는 “미 연방수사국(FBI)이나 법무부는 클린턴 후보에 대해 기소의견을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만일 오바마 대통령이 이 의견을 무시한다면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와도 같은 사퇴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은폐하려다 물러난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빗댄 것이다.
◇공화당, 트럼프 턱밑까지 쫓아간 크루즈의 반격=트럼프가 지난 19일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지지를 끌어내자 아이오와의 승부는 트럼프로 기우는 듯했다. 2008년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이자 아이오와 인맥이 두터운 페일린이 이 지역에서 힘겨운 승부를 벌이는 트럼프에게 결정적 시기에 원군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달 초만 해도 3.6% 포인트로 앞서던 크루즈가 지난달 15일 0.4% 포인트 차로 역전당한 데 이어 페일린의 공개지지가 언론에 크게 보도된 이후 25일 조사에서는 6.4% 포인트 차로 벌어졌다. 하지만 크루즈는 페일린을 놓친 대신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를 잡아 다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페리 전 주지사는 이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크루즈가 (트럼프보다) 훨씬 일관된 보수주의자”라며 “그는 취임 첫날 이미 대통령이 될 준비가 다 돼 있을 것이고 나는 그 점에 만족한다”고 말해 크루즈를 공개 지지했다.
그는 이날 공개된 온라인 광고에서도 “크루즈 의원은 ‘미국의 약속’을 재점화하는 데 필요한 그런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페리 전 주지사는 26일 아이오와에서 크루즈 의원에 대한 첫 지원 유세를 할 예정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텍사스 주지사 자리를 물려받은 페리는 2000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15년 동안 최장수 텍사스 주지사를 지냈다. 페리 전 주지사는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로 공화당 대선 경선에 도전했으나 지지율 저조로 지난해 9월 경선을 포기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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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27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