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뱁티스트 운동은 종교개혁의 또 한 축”… 종교개혁 500주년 맞아 재조명

입력 2016-01-25 20:55
2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제1차 아나뱁티스트(재세례파) 신학학술발표회’가 열렸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아나뱁티스트 운동과 신학의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이 발표회는 한국아나뱁티스트출판사가 주관했다.

아나뱁티스트가 유아세례를 반대하는 것은 중세 도시국가들이 유아세례 받은 이들을 시민으로 등록하고 이를 토대로 세금을 징수한 데서 출발했다. 교회의 신학과 교리가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것에 동의하지 못한 것이다.

아나뱁티스트는 따라서 성인 크리스천 중 신앙고백과 회개를 한 이에게 세례를 베풀었다. 몸 전체가 물속에 들어가는 침례를 실시했기 때문에 반대파들은 이들을 유아세례에 이어 또 한번의 세례를 받는다고 비꼬며 ‘재세례파’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날 ‘16세기 종교개혁에 있어서 아나뱁티스트 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제목으로 발표한 남병두 침례신학대 역사신학 교수는 “아나뱁티스트 운동의 핵심가치는 ‘제자도’ ‘공동체’ ‘평화’”라며 “제자도는 예수를 따르고 믿는 것보다 ‘닮는 것’에 기초하며 공동체는 믿는 자들의 ‘하나 됨(unity)’이고 평화는 손상되지 않은 공동체의 상태이자 제3자와의 관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초기 아나뱁티스트 지도자들은 모두 가톨릭 신자로 그들이 속한 교회의 개혁에 공감해 루터나 츠빙글리의 개혁을 열렬히 지지했다”며 “아나뱁티스트 운동은 루터교회와 개혁교회, 영국국교회와 함께 개신교 종교개혁의 또 하나의 축을 담당했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서의 신학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해 발표한 정원범 대전신학대 교수는 “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교회가 세상과 타협의 길을 걸어가도록 길을 열어준 크리스텐돔(Christendom·기독교왕국) 때문에 교회는 위기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기독교 공인 이후 국가와 교회의 결탁이 이뤄지면서 교회는 국가의 권력을 정당화·합법화해 줬다”며 “대신 교회는 여러 혜택을 누리며 몰수당했던 재산을 되찾고 세금을 면제받았으며 성직자들은 명예와 특권을 누렸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기독교 대중화 현상이 생기면서 많은 사람이 교회에 들어왔고 기독교는 외적으로 성공했지만 불행히도 ‘복음의 왜곡’이라는 대가를 치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극복하려면 ‘권력과의 결탁’과 ‘속죄론 중심의 기독론’ ‘성직자 중심의 위계질서와 교회구조’ 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