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서명’ 불붙는데… 회장님 이름은 안보이네요

입력 2016-01-26 04:05
권오준 포스코 회장(오른쪽)이 25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2층 로비에 마련된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 서명대에서 임원 및 계열사 대표들과 서명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재계가 주도하는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지만 정작 대기업 총수들의 서명 참여는 저조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선 ‘관제 서명운동’ 논란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명운동을 주도하는 대한상공회의소와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본부’ 측은 “온라인 서명 인원은 이미 20만명을 돌파했고, 대기업의 참여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 등도 25일 회사 내 그룹에 서명대를 설치해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10대 그룹 관계자는 “전국경제인연합 측이 와서 서명대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과 CJ가 지난주 본사에 서명대를 설치했고, LG와 GS는 사내포털에서 서명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이번 주 중 SK, 한화, 금호아시아나그룹 등도 서명운동에 동참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역시 지난주 서울 중구 본점에 서명대를 설치해 주말 내내 시민들의 서명을 받았다. 대한석유협회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 역시 참여키로 하는 등 서명운동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기업 총수들의 서명 실적은 신통치 않다. 현재까지 확인된 재계 총수 서명자는 서명운동을 주도하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두산그룹 회장)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3명뿐이다. 권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2층 로비에 설치된 서명대에 주요 임원 및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서명했다. 포스코 측은 “철강업을 비롯한 우리 산업 전반에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도 오후 늦게 서명에 참여했다. 박 회장은 지난 18일 서명운동본부 현판식을 가진 뒤 서명했다.

삼성그룹 사장단은 지난 20일 재계에서는 가장 빨리 서명에 참여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서명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 측은 “서명은 개인적인 문제여서 참여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도 아직 서명 계획이 없다. SK그룹 최태원 회장, LG그룹 구본무 회장 등도 현재까지 서명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도 지난 22일 이인원 부회장 등 그룹 주요 관계자들이 서명에 참여하는 사진을 공개했지만 신동빈 회장 모습은 없었다.

서명운동본부 측은 “재벌 총수의 서명 참여 여부를 개별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온라인 서명자 중 국내 20대 그룹 총수와 이름 및 소속이 같은 사람이 2명 있다”고만 전했다. 하지만 이들 2명이 실제 총수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재계 내부에서는 서명운동이 너무 정치 쟁점화됐기 때문에 총수들이 나서기에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10대 그룹 관계자는 “관제 서명운동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 총수가 직접 서명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서명에 불참하기도 쉽지 않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