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총선 불출마”… 與 잇단 압박에 정면 대응

입력 2016-01-25 21:30
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국회의장실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도중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정 의장은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구성찬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20대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친정’인 새누리당 지도부뿐 아니라 초선 의원들까지 나서 연일 ‘안철수 신당 합류설’ ‘호남 출마설’ 등으로 거세게 압박하자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 의장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구인) 부산 중·동은 물론이고 동서화합 차원에서 권유가 있었던 호남 등 다른 지역에 출마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물론 20년 동안 5대 국회에 걸쳐 의정활동을 하면서 많은 은혜를 입은 새누리당을 저버리는 일 역시 결코 없을 것”이라며 “국회의장을 더 이상 흔들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다. 재적의원 과반 요구로 국회의장이 안건을 직권상정할 수 있도록 한 여당의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에 대해 정 의장이 “‘다수당 독재 허용’ 법안”이라고 거듭 반대했기 때문이다. 대신 정 의장은 신속처리 안건 심의 시한을 현행 330일에서 75일로 줄이는 ‘재중재안’을 제안했지만 그대로 관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당 지도부 논의를 거칠 예정이지만 당내에선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고 전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기존에 새누리당에서 제시한 안도 있으니 병합해서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정 의장이 “너무나 위험하고 과격한 발상”이라고 평가한 새누리당 개정안까지 검토해 달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권성동 의원은 “신속처리 심의 시한을 완화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국민 안전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국가 재정·경제상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명백한 안건 등 그 대상을 의장이 판단하게 한 것은 ‘의장 독재’를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야당도 반대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일부 법안 처리가 늦어진다고 해서 선진화법을 개정하자는 말은 빈대를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자는 것”이라고 했다.

정 의장의 불출마 선언에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에 근거한 절차를 모당(母黨)이 요구하는데 이를 다른 이유로 지연하고 거부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정 의장을 비판했다. 당내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 회의에선 “국회의장은 중재하는 것이지 자기 신념을 관철하려 해선 안 된다(이노근 의원)”는 등의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정 의장 측은 이에 대해 “정 의장의 중재 노력이 왜곡돼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 의장 측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도 자신의 국민의당 입당설에 대해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 참여의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