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에 ‘반기’를 든 일부 시·도교육감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일부 교육청에 대해 “어린이와 학부모를 정치적 볼모로 잡고 있다” “받을 돈은 다 받고 정작 써야 할 돈은 쓰지 않고 있다” 등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하며 비판한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방교육재정 운영실태 공개는 물론 법 개정 필요성까지 거론하는 등 누리과정 문제에 대해선 절대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누리과정 관련 시·도교육감 비판에 17분간 이어진 모두발언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이 서울·경기 등 특정 교육청을 직접 거론하며 강력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정치적 이슈로 비화돼 소모적 논란이 되풀이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1월 교사 월급날이 다가오면서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보육대란을 걱정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돼야 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리과정은 지난 정부가 2011년 5월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2012년 도입 당시부터 관련 법령과 여야 합의에 따라 지방재정교부금으로 지원해 온 지방교육청의 법적 의무사항”이라고 규정했다. 또 “금년도 교육교부금이 지난해에 비해 1조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여력도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교육청들이 법적 근거도 없는 교육감들의 공약사업에 대해서는 1년치 1조6000억원 전액을 모두 쓰고 있다”며 “어린이집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7개 교육청의 경우 과다하게 편성한 인건비만 1500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유치원까지 볼모로 잡고, 두 지역(서울·경기)의 55만명 아이와 부모들을 위해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하는 지방교육재정의 운영 실태를 지방교육재정 알리미를 통해 국민이 소상히 알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지시했다.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시·도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 상황을 국민에게 공개해 여론의 힘으로 이들 교육청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시·도교육청에는 예비비 3000억원 우선 배정을 지시하면서 “인기영합적이고 진실과 다른 왜곡된 주장에 대해선 원칙을 지키는 정부의 단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노동개혁 등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최근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선언한 한국노총과 야당을 겨냥해 “아들딸들의 장래를 외면하고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정치권과 노동계의 일부 기득권 세력”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노총은 노사정위도 탈퇴하면서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본인들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하면서 거리로 나서고 있다”며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선동적인 방법은 결국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도움이 될 게 없다”고 경고했다. 불법집회 등에 대해선 엄정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정부의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 노동개혁 2대 지침의 내용을 설명한 뒤 “공정인사 지침에 ‘쉬운 해고’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경기북부지역을 직접 관장하는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신설 검토도 지시했다. 북한의 도발·테러 위협은 물론 장기 미제사건, 강력사건에 효율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지방경찰청 신설을 주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군부대가 인접한 경기북부 접경지역은 안보적 특수성이 있고 치안 수요가 많은 곳으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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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25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