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교섭단체’ ‘독자 한계’ 벗어나기 전략적 합방… 안철수-천정배 통합 전말

입력 2016-01-25 20:46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 등이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당과 국민회의의 통합을 선언한 뒤 서로 손을 모으고 있다. 왼쪽부터 안 의원,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천 의원, 윤여준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 김한길 의원. 구성찬 기자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 간 통합은 원내 교섭단체 구성 난항과 독자세력화 한계라는 현실적 고민 사이에서 마련된 접점으로 분석된다. 두 세력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다른 야권 신당 추진 세력과의 통합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서 주도권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어 통합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세밀하게 조율된 통합 발표문=안철수 천정배 김한길 의원이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통합 발표문’에는 통합 논의 과정에서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들은 통합 발표 직전까지 양측의 입장을 고려해 합의문을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통합의 장애물이었던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國父)’ 발언에 대해서는 합의문에 ‘헌법적 가치와 민주개혁적 비전을 국민의당 정강정책에 명확히 담기로 한다’고 못 박았다. 양측의 합의된 역사관을 정강정책에 명기해 한 위원장 발언에 대한 추가 논란을 방지하고 호남의 반감을 잠재우겠다는 포석이다.

합의문에는 또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들을 총선 후보로 공천하기 위해 규칙과 절차를 마련키로 한다’고 명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호남 현역 의원들의 국민의당 합류를 비판적으로 바라봤던 천 의원 측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야권 신당 추진 세력과의 통합 노력도 합의문에 명기했다.

국민의당은 기자회견 내내 상대적으로 세가 약한 국민회의 측 심기를 살폈다. 사실상 국민의당이 국민회의를 흡수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최원식 국민의당 대변인은 “흡수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현재는 양쪽이 창당 과정이므로 하나로 합류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명을 국민의당으로 정하기로 하는 등 통합신당의 무게는 국민의당 쪽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신당 세력 간 불신…통합 과제 산적=통합 이후의 전망이 장밋빛이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우선 당 대 당 차원의 통합이므로 향후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의원은 “통합에 대한 논의를 함께 시작하면서 지분이나 자리 얘기는 서로 꺼내지 않는 것으로 하자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얘기했다”며 선을 그었다.

이미 통합을 선언한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과 마포 민주당, 박주선 의원과의 불신도 해소해야 할 과제다. 박주선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신뢰는 최고의 정치자산이다. 사전 협의 없는 천 의원의 국민의당 전격 합류로 호남정치의 복원은 어려워졌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초 이날 오전 천 의원과 만나기로 했다 약속 취소를 통보받은 한 인사는 “언론을 통해 통합 사실을 알게 돼 당황스럽다. 하나의 신당이라는 방향엔 공감하지만, 먼저 신당 세력 간 상호불신이 해소돼야 한다”고 했다.

총선에서의 야권연대를 둘러싼 입장 차도 해소해야 할 과제다. 그동안 안 의원은 각종 인터뷰 등에서 “더민주와의 연대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천 의원은 수도권 등 호남 이외 지역에서의 연대 필요성을 언급했었다.

한편 야권 전반에서 러브콜을 받아 온 정동영 전 의원은 전북 전주에서의 공개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곧 저의 진로와 거취에 대해 입장을 정리해 말씀드리겠다”며 정치 재개를 시사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합류 여부에 대해서는 “천 의원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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