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왜 국민의당을 선택했을까… 더민주 선대위 인선에 실망, 주도세력 해체 불가능 판단

입력 2016-01-25 20:44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 등이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당과 국민회의의 통합을 선언한 뒤 서로 손을 모으고 있다. 왼쪽부터 안 의원,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천 의원, 윤여준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 김한길 의원. 구성찬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양쪽을 저울질하던 천정배 의원이 결국 국민의당을 택한 것은 더민주 내부의 주도세력 교체 가능성이 적다고 여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민주 주류세력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내부 주도권 싸움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천 의원은 그간 “더민주의 패권정치가 사라져야 통합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천 의원 측 관계자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더민주 선대위원 인선 결과가 천 의원이 국민의당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그때 천 의원이 더민주 주도세력이 교체될 거라는 미련을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선대위원 대부분이 범(汎)주류 인사로 구성된 데다 ‘친문(친문재인)’ 주류 핵심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선대위원에 임명된 사실에 천 의원이 실망했다는 얘기다.

이는 결국 그간 물밑에서 진행된 더민주와 국민회의 간 통합 조율이 틀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민주 측은 “천 의원과 공동선대위원장, 호남 공천권 등 구체적인 지분 논의까지 진행했었다”며 “김종인 체제가 꾸려지고 나서 천 의원이 마음을 바꾼 것 같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표면적으로 국민의당을 선택하며 “새로 만들어지는 정당으로서 국민의 여망에 맞는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담을 수 있다면 큰 틀에서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중도개혁 성향의 국민의당 노선과 비전에 일부 공감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천 의원의 선택에는 국민의당이 신생 정당인 만큼 자신의 ‘몫’을 좀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현실적 고려도 작용한 듯하다. 천 의원 측은 “더민주든 국민의당이든 상호 지분 논의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당으로부터 당대표 등 더 큰 지분 제공 약속이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통합은 결정됐지만 천 의원이 그간 주장했던 ‘뉴DJ(김대중)’ 등용과 ‘개혁 대상’으로 지목했던 국민의당 호남 현역 의원들의 공천 문제가 명확히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내부에서는 신인 가산점을 대폭 상향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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