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가 우리들 피해자 앞에 나와서 사죄해야지….”
지난해 말 한·일 간에 타결된 위안부 문제 합의 이후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찾았다.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이옥선(90) 강일출(89) 할머니는 다음 달 1일까지 도쿄, 오사카 등지에서 피해 증언 활동을 하기 위해 25일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과 김효정 간사가 동행했다.
김포공항에서 이 할머니는 “원래는 (일본 정부 측이) 피해자 앞에 와서 사죄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협력(합의)은 참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이번에는 반드시 아베 총리를 만나게 되길 고대한다”며 “아베 총리에게 이번 한·일 정부가 도출한 위안부 문제 합의문의 내용을 조목조목 따져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일본의 책임자가 와서 자기들 잘못을 뉘우치면 우리도 관대하게 처리할 텐데 너무 이렇게 하니까 할머니들은 감정만 상한다”고 덧붙였다.
강 할머니는 “우리가 안 죽고 살아 있는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는 당했어도 후세는 안 당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안 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참상과 관련해서는 “일본은 철모르던 소녀 시절의 우리를 전쟁터로 끌고가서 잔인하게 짓밟고 핍박했다. 많은 이가 일본의 매질과 총질, 칼질을 당해 죽거나 병신이 됐다”며 “그래서 나는 당시 전쟁터에 세워졌던 위안소를 사형장이나 도살장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두 할머니는 26일 중의원 제1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후 2시 중의원회관 대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한·일 합의 무효를 주장하고 피해 참상을 증언한다. 이어 27일 도쿄 전국노동연합회관, 29일 오사카 구민센터, 30일 오사카 리가로얄NCB센터, 31일 오사카 사회복지회관에서 각각 증언회를 연다.
두 할머니는 지난 13일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에서 피해 당사자를 배제하고 피해자와 지원 단체가 요구했던 진상규명 등 조치가 무시된 이번 한·일 합의는 무효라고 지적하고, 범죄로 인정할 것과 법적 배상을 할 것 등을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김포=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日 총리가 우리 앞에서 사죄해야지”… 위안부 할머니들, 일본서 참상 증언 활동
입력 2016-01-25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