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안 된다면 엔화나 유로화로는 중개무역이 가능할까요. 할 수 있다면 언제부터 가능할까요.”
25일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 1층 로비. 화학제품 수출입 전문업체인 A상사 직원들이 심각한 얼굴로 수출 관련 상담을 하고 있었다. A기업이 수출을 하려는 곳은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세계 무역계에서 문이 꽁꽁 닫혀 있던 나라였다. 바로 지난 17일로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이다. A기업은 여전히 달러화 거래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대안이 있는지 상담했다.
A기업이 찾은 곳은 정부 부처와 관계기관, 은행이 합동으로 설치한 ‘이란교역·투자 지원센터’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전략물자관리원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이 참여해 문을 열었다.
49.5㎡(약 15평) 남짓 작은 센터에 들어서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다섯 개의 책상에 놓인 전화에서 벨이 쉴 새 없이 울렸다.
대(對)이란 원화결제 시스템이 있는 우리은행·IBK기업은행의 지급결제 담당자부터 산업부의 시장 상담, 산업부 산하 전략물자관리원의 교역물품, 한국무역보험공사의 금융지원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센터에 파견됐다. 전문가들은 걸려오는 상담 전화로 점심까지 거를 정도였다.
주로 상담 내용은 이란과 거래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을 묻는 것이었다. 이란의 경제제재는 해제됐지만 달러화 거래는 계속 불가능하고 이란 측 일부 개인·기업과의 거래는 제한돼 있다. 센터를 찾은 기업 관계자는 “이곳에선 결재 시스템부터 교역이 가능한 물품 확인까지 원스톱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정부가 이란 무역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성장률 2%대로 한마디로 죽을 쒔다. 원인은 수출 감소였다. 지난 한해 수출은 12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대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출 침체가 길어지면서 저성장 고착화, 잠재성장률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무렵 나온 게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였다.
수출 감소는 저유가 탓이 컸다. 중동 국가들이 유가 하락으로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대형 건설을 중단해 사실상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중동 지역의 대형 건설을 수주하지 못했다. 여기에 산유국들이 전 세계 곳곳에 투자했던 오일머니를 회수하면서 신흥국들까지 흔들렸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이란 시장의 재개방은 우리 경제에는 절호의 기회”라며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이란 시장을 잘 꿰어서 수출과 플랜트 수주를 높일 수 있도록 센터가 구슬을 꿰는 ‘실’과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향후 대이란 정책을 세우는 데도 센터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기업들의 상담 내용을 토대로 개선이 요구되는 제도는 바꾸고 필요한 정책은 세울 계획이다.
최지영 외환제도과장은 “기업들의 업종도 파악하고 있다. 이는 이란과의 교역에 중요한 빅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우리은행 본점 ‘이란 교역·투자 지원센터’ 오픈… 기업애로 원스톱 상담, ‘제2 중동 붐’ 이끈다
입력 2016-01-26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