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연정에 중도우파 대통령 ‘균형잡기’… 포르투갈 대선 우파 압승

입력 2016-01-25 21:24
포르투갈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마르셀루 헤벨루 지 소자 당선자가 24일(현지시간) 수도 리스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밝은 표정으로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인기 정치평론가이자 리스본대 법대 교수인 헤벨루 지 소자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9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과반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AP연합뉴스
포르투갈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무소속 마르셀루 헤벨루 지 소자(67)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했다.

포르투갈 언론과 AP통신 등 외신들은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언론인 출신인 헤벨루 지 소자 후보가 과반인 52%의 표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선에는 역대 최다인 10명의 후보가 경쟁했으나 결과는 헤벨루 지 소자 후보의 압승이었다.

중도우파 온건주의 성향의 헤벨루 지 소자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사회민주당 등 우파 정당들의 지지를 받았으나 스스로를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은 무소속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연설에서 “당파 싸움을 넘어선 통치를 하겠다”면서 “대통령은 불안정이 아니라 안정의 요인이 돼야 한다. 현 정부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벨루 지 소자 후보가 52%의 득표율을 얻으면서 포르투갈은 결선투표 없이 새 대통령을 선출하게 됐다. 포르투갈 대선은 1차 투표에서 50%를 넘는 후보가 없을 경우 1, 2위 후보 간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2위인 무소속 안토니우 삼파이우 다 노보아 후보는 1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2.89%, 3위인 사회당 마리사 마티아스 후보는 10.13%의 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의원내각제 공화국인 포르투갈에서 대통령은 형식적인 국가원수로 법률거부권만 갖고 정책 집행권은 없다. 다만 대통령은 국가 위기시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중도좌파 사회당 소속의 안토니우 코스타 총리는 급진좌파 정당들과 연합해 지난해 11월 좌파 정부를 출범시켰다. 포르투갈은 2011년 국제채권단으로부터 780억 유로(약 100조7600억원)의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긴축정책을 펼쳐왔으나 코스타 정부가 이를 완화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선거 결과에 코스타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정부와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대통령을 뽑겠다는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 컨설팅기관 테네오 인텔리전스의 분석가 안토니오 바로소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헤벨루 지 소자는 좌파 정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국가를 위험에 빠뜨릴 경우 정치적 교착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의회해산권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현재 리스본대 법대 교수로 재직 중인 헤벨루 지 소자 후보는 20대부터 신문기자로 활동하다가 33세가 되던 1981년 정치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중도우파 사회민주당의 창당을 돕고 1996년부터 1999년까지 당시 야당인 사회민주당의 대표를 지냈다. 2000년대 이후에는 TV 프로그램에 정치평론가로 출연하면서 포르투갈에서 가장 유명한 평론가로 ‘마르셀루 교수님’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

헤벨루 지 소자 후보는 2006년부터 10년간 자리를 지킨 아니발 카바코 실바 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오는 3월 취임한다. 임기는 5년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