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난민들의 주홍글씨… ‘빨간 팔찌’

입력 2016-01-25 21:28

영국에서 난민들에게 강제로 신원 확인용 빨간색 손목 밴드(사진)를 차게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난민 거주지에 빨간색 대문을 달게 한 일과 더불어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을 차별했던 독일 나치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웨일스의 수도 카디프에서 지난해부터 빨간색 손목 밴드를 차고 다니는 난민 신청자에게만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난민 숙소에 머무르는 난민들은 지난해 5월부터 특수 제작된 빨간 손목 밴드를 차야 하루 세끼 급식을 제공받을 수 있다. 한 번 벗으면 다시 착용할 수 없는 구조라 일상에서도 항상 차야 한다. 거부하면 정부에 보고될 것이라고 협박도 당했다. 가디언은 현 거주민들이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취재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근까지 여기 살았던 난민들은 손목밴드 때문에 지역 주민들로부터 일상적인 폭력에 시달렸다고 하소연했다. 숙소에서 10분 거리인 급식 장소로 이동할 때마다 눈에 잘 띄는 손목 밴드를 보고 도로 위 운전자들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 등의 욕설을 해댔다는 것이다. 손목 밴드를 들킬까 봐 외부인과 만날 수도 없었다고 한다.

지난 20일에는 난민 거주지 대문을 빨갛게 칠하게 한 일이 알려져 영국 내무부가 조사에 나섰다. 일간 타임스는 정부와 4000만 파운드(약 683억원) 계약을 맺은 외주업체 G4S가 잉글랜드 미들즈브러에서 이 같은 일을 벌여왔다고 전했다. 이곳 난민들은 주민들로부터 돌멩이나 계란으로 테러를 당하거나 극우단체 내셔널프런트(NF) 마크가 문에 달리는 등 일상적인 폭력에 시달려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