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요동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과 천정배 의원 중심의 국민회의가 25일 전격 통합을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탈당 행렬이 주춤해지던 차에 야권 재편과 관련해 변곡점을 맞은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저런 야권의 흐름이 가시화될 것이다. 야권의 역동성과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스러우나 본질적인 면에서는 실망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우선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각자가 최우선순위에 둬야 할 혁신이나 정책을 잃어버린 것 같다. 그보다는 호남을 누가 확보하느냐에만 신경을 쓰고, 과거 인물이나 고만고만한 인물 영입 경쟁에 힘을 쏟아붓는 모양새다. 물론 야권 진영의 중요한 축이라는 점에서 호남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경쟁은 이해한다. 하지만 양당 모두 가장 필요한 것은 혁신과 정책 대결을 통한 확장성이다. 호남에만 치중하면 확장은 고사하고 지역당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 아마 역대 대선에서 보여준 호남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 성향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는데, 몇 석 더 얻겠다고 지역당화(化)를 감수하겠다는 것은 야권은 물론 우리 정치 전체를 위해서도 좋지 못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의 더민주 입당을 둘러싸고 벌이는 양당의 설전은 민망하기까지 하다. 그는 전직 대통령의 아들일 뿐이다. 지금까지 어떤 정치적 역할을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호남의 적통을 영입했다느니, 볼모 정치를 한다느니 하는 공방은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한 세계적 지도자를 한낱 ‘호남의 지도자’로 전락시키는 우매한 짓이다.
경쟁이 이런 분위기로 흐르면 야권의 확장성은 오히려 후퇴하게 된다. 그러면 이번 총선 결과는 야권의 필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양당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래야 정치 불신을 넘어 극심한 혐오증에 걸린 국민들의 시선을 그나마 붙잡을 수 있다. 중도층에 대한 확장성 없이 선거를 치르는 것은 거대 여당을 만들어주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두 야당은 보여주기 식 인물 영입 경쟁에서도 탈피해야 한다. 시중에서는 거의 매일 일어나는 영입이 진짜 영입이라는 단어에 걸맞은 사람들인지, 자진 입당인지 모르겠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19대 국회의원들의 수준 낮은 정치 행위에 대한 반작용으로 새 피 수혈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마치 세몰이를 하듯 몰아치는 것은 곤란하다. 국회에 다양한 전문가들이 들어서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그것은 낡은 정치를 끝내는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야권은 겉모양 꾸미기 또는 세 불리기 경쟁을 끝내고 혁신과 정책으로 경쟁하라.
[사설] 호남 쟁투 벌이는 야권, 혁신과 정책으로 경쟁하라
입력 2016-01-25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