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을 신청해 채무조정을 받은 A씨는 최근 대부업체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A씨는 개인회생 신청 전 과거 대출을 받았다 갚지 못한 B저축은행을 찾아가 부채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채무잔액이 0원임을 확인했기 때문에 갑자기 드러난 채무에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빚은 사라진 게 아니라 옮겨진 것이었다. A씨는 부채가 오래돼 소멸된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은 B저축은행이 대부업체에 대출채권을 넘겨 이 저축은행에서 발급하는 증명서에 기재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A씨는 개인회생 인가 결정에도 대부업체 채권 추심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A씨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1분기 중 부채증명서에 금융회사가 다른 곳으로 매각한 대출채권 내용도 기재하도록 규정을 개선하겠다고 25일 밝혔다.
부채증명서는 개인이 파산이나 회생을 신청할 때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출채권만 부채증명서에 기록하기 때문에 A씨와 같이 채무가 누락되는 문제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조치로 연간 16만명에 달하는 개인회생·파산 신청자가 채무를 확인하는 데 드는 시간과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금융회사가 채권을 다른 곳으로 넘길 때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채무자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소멸시효가 지났음에도 채무자를 속여 채무를 갚도록 압박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신협이 가계 대출 시 신용조사수수료(5만원)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지난해 금감원은 총 32건의 금융소비자 불편사항에 대해 조치를 취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부채증명서에 매각된 채권정보도 기재… 개인회생 신청 때 본인 빚 확인 쉬워진다
입력 2016-01-25 21:16